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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짐바브웨 쿠데타…무가베 37년 독재정권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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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국영방송 장악…"대통령 주변 범죄자 겨냥" 발표

영부인 측근 재무장관 감금…대통령 사저 근처서 수십발 총성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짐바브웨[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군림해온 짐바브웨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이 살아있다고 발표했지만, 그의 37년 독재정치는 종말을 앞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 로이터통신,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짐바브웨 군부는 15일(현지시간) 국영방송사인 ZBC방송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지난밤 사이 ZBC 본사를 점령한 군부의 '대변인'은 중계방송된 연설에서 정권 장악이 무가베 대통령 주변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고통을 초래한 '범죄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가베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은 안전하고 건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군부는 자신들이 임무를 마치고 곧바로 복귀하는 '정상적인 상황'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가베 대통령의 사저 근처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이날 오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있는 무가베 대통령의 사저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보도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맨션과 가까운 곳에 사는 한 주민은 "오전 2시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에 그(무가베 대통령)의 집 쪽에서 3∼4분 사이 30∼40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이날 군대가 배치된 하라레 중심가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수차례 들렸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사상자 등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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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짐바브웨[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정부와 영국 정부는 각각 짐바브웨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짐바브웨 주재 미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하루 대민 운영을 중단하겠다며 짐바브웨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는 상황이 불확실하다며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안전한 곳을 찾아 머물라고 권고했다.

영국 외교부는 짐바브웨에 체류하는 국민에게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안전하게 집에 머물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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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AP=연합뉴스 자료사진]



군부는 정권을 빼앗으려는 시도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무가베 대통령이 과거와 같은 권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군부 쿠데타는 전 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권력 다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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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로이터통신은 이날 군부가 이구나티우스 촘보 재무장관을 이날 감금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촘보 장관은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무가베 그레이스(52)가 이끄는 집권여당 내 파벌 'G40'의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최근 짐바브웨 정세는 군부와 집권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대립으로 숨 가쁘게 돌아갔다.

짐바브웨 군부 수장인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해방전쟁 참전용사 출신 정당 인사들을 겨냥한 숙청을 당장 멈추라"고 요구하고 "군대가 혁명을 보호하는 문제에 개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을 상기시킨다"고 경고했다.

앞서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6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을 전격적으로 경질했다.

이는 무가베 대통령이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지난 6일 경질되고 나서 해외로 도피했고 성명을 통해 나중에 짐바브웨로 돌아와 무가베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방장관 출신인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군 장성과 참전용사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1977년 해방 전쟁 당시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는 등 오랫동안 무가베 대통령을 가까이서 도왔지만, 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레이스 영부인은 지난 5일 "내가 대통령직을 기꺼이 물려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무가베 대통령에게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하도록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37년 동안 집권했지만 독재와 경제 파탄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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