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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자식 잃은 슬픔 뼈에 사무쳤나…장애인 부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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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지적장애 가진 부부, 아들 묻힌 수목장 인근서 숨진채 발견

아들 5년 전 암투병 하다 세상 떠나…외부와 단절하며 아들 그리워해

국과수 부검 결과 몸에서 살충제 성분 발견…타살 흔적은 없어

경찰 "아들 그리워 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 끊은 듯" 자살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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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노인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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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의 한 야산에서 장애인 부부가 숨진채 발견됐다. 남편 A씨(74)씨는 청각장애 5급, 아내 B씨(57·여)는 지적장애 3급으로 이 마을에 살았다. 시신 옆에서 먹다 남은 음료수 병이 발견됐는데 검사 결과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A씨 부부는 5년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들이 발견된 장소는 아들의 유골이 묻힌 마을 뒷산 수목장에서 100m 떨어진 산 중턱의 평지다. 경찰은 “A씨 부부가 아들이 죽은 뒤 외부와 소통을 기피하고 단절된 채 살았다. 둘이 마을 뒷 산 수목장을 자주 찾았다”는 주민 진술을 토대로 이들이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있다.

충북 옥천경찰서는 A씨 부부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들의 몸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15일 밝혔다. A씨 부부 옆에 놓여있던 음료수병에서도 같은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미뤄 A씨 부부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짓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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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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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부부는 지난달 20일 집을 나서는 모습이 이웃에게 목격된 뒤 사흘 후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부부는 마을 뒷산 잔디 위에 나란히 누워 잠든 모습이었다. 현장을 확인한 경찰은 시신에 특별한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음료수병 한 개를 찾았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슬하에 1남 3녀를 뒀다. 딸 셋은 모두 결혼해서 옥천에서 살고 있다. 이들에게 불행이 닥친건 2012년께 함께 돌보던 아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다. 유영미 옥천군 희망복지지원팀장은 “죽은 아들의 사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진 못했지만 막내로 알고 있다. 숨진 부부는 아들의 유골이 묻힌 수목장을 수시로 오가며 슬퍼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아내 B씨가 젊은 나이에 치매를 앓으면서 남편이 심리적 고통이 가중된 것 같다”고 했다. 고령인 남편 A씨는 청각장애가 있지만 지병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아들을 여읜 부부가 그리움에 괴로워하던 중 자신들의 건강까지 악화되자 아들이 잠든 곳을 찾아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A씨 부부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장애수당을 합쳐 월 25만원 남짓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생활해 왔다”며 “다만 딸이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생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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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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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은 “딸 가족이 이따금 드나들면서 두 사람을 돌봤지만 형편이 어려워 보였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2014년 A씨 부부를 복지 사례관리자로 지정, 장애수당 대상자로 신청하고 월 20만원을 받는 시니어클럽 일자리를 1년간 알선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의 경우 딸들의 부양능력과 B씨 명의 통장에 든 약간의 돈 때문에 심사에서 탈락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겨울이 오기전 A씨 부부의 낡은 집을 고쳐주려고 계획을 세우던 중 비보가 날아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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