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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 대통령, 베트남전 참전 사과…"베트남에 '마음의 빚'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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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호찌민·경주 엑스포 영상축사 통해 '사과' 메시지

靑 "대통령 의지 강했으나 참모진 의견 수용해 영상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직접 기자간담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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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아세안 정상회담등 동남아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을 마무리하며 14일 오후 필리핀 젠호텔 중앙기자실을 방문해 순방 성과에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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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동남아 순방을 통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로 경색된 한ㆍ중 관계 복원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주변 4강국 수준으로 격상하는 신(新)남방정책을 천명한 점 등 순방의 성과를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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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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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기자 간담회까지 했지만, 7박8일 순방 일정 중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문 대통령이 과거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에 대해 베트남 국민에게 사과를 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일 오전. 문 대통령은 베트남 다낭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베트남전과 관련된 과거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로지 교류ㆍ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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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눈 뒤 쩐 주석을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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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다만 정상회담 시작 5분전에 미리 도착해 쩐 주석을 기다렸고, 회담이 끝난 뒤에는 쩐 주석이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빈 회담장에서 기다렸다.

베트남에 대한 최대의 예우 차원이었다고 한다.

그날 저녁. 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사실 한ㆍ중 정상회담은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였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는 물론 모든 언론사의 관심은 한ㆍ중 정상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됐다.

비슷한 시간. 베트남 호찌민시 응우엔후에 거리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개막식에 문 대통령의 영상축전이 상영됐다.

문 대통령은 축전에서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이제, 베트남과 한국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마음의 빚’이라는 말은 과거 베트남전 파병 과정에서 발생했던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사과의 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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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으로 파병되는 장병들의 환송식이 청량리역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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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순방 전 베트남에 대한 사과를 할지를 놓고 문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며 문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내기를 원했다고 한다. 메시지를 내는 장소로는 노무현 정부때 무상원조로 지어준 베트남 중부 꽝남중앙종합병원이 유력했다.

그러나 다자 회담에 따른 일정을 감안해 다낭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병원 방문이 취소됐다. 문 대통령은 한ㆍ베 정상회담에서 사과의 뜻을 전하고자 했지만 외교부와 참모들이 부정적 의견을 냈다. ‘미래’를 말해야 할 정상회담의 주제가 한정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 경제를 내세운 동남아 순방이 불필요한 이념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고 한다.

실제 박정희 정부 때 이뤄진 베트남전 파병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 쩐 득 르엉 당시 주석의 방한 정상회담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자 보수 진영은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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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정상회의(ASEAN SUMMIT)에 참석중인 김대중대통령이 12월 15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트란 둑 루옹(TRAN DUC LUONG)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하노이=조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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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월남전에 참전해서 월남인들에게 고통을 줬다는 대통령의 역사 인식은 과연 무엇인가. 김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6ㆍ25전쟁 때 우리를 도운 16개국도 북한에 사과해야 하느냐”며 맹비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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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월남전 발언과 관련하 유감표명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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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결국 엑스포에 보낼 영상축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문구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고치는 문 대통령이 축사에 들어간 ‘마음의 빚’이라는 표현에는 아무런 의견을 표하지 않고, 편안하게 녹화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마음의 빚’이라는 표현은 사실 1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베트남 호찌민 묘소를 헌화한 뒤 “우리 국민이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한국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호찌민의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 앞에서 묵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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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치민 묘소를 방문, 영예수행장관(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헌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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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실 이번 베트남 일정 중에 몇개가 현지 사정으로 취소됐는데, 한 행사의 모두발언에 ‘국내에 있는 베트남 국민들에 대한 인권과 안전에 대한 메시지’가 포함돼 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천명한 신남방정책의 핵심이 단순한 교역확대보다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와 국민을 정말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마닐라=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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