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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가 ‘묵호항’을 노래했어?”…음악으로 지역 역사 훑는 ‘인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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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한국도서관협회 ‘길위의 인문학’…문화소외지역 강원도 동해에서 열린 복합 인문학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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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가 지난 11일 강원도 동해시 동쪽바다 중앙시장에서 열린 인문학 콘서트에서 이미자의 희귀음반 '눈물의 묵호항구'를 처음 선보이고 있다. /동해=김고금평 기자



“여러분, 여름철 국내 최고 히트 가요는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였어요. 하지만 1960년대 그 자리는 단연 배호의 ‘파도’가 차지했어요. 그 노래비가 주문진 소돌에 있지 않습니까.”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가 강원도와 관련된 노래들과 그 사연을 잇따라 소개하자, 추운 날씨에 모자를 깊이 눌러쓴 관객 100여 명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무대를 쳐다봤다. 아날로그 향기 가득한 LP 판으로 음악이 나올 땐, 70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목청껏 따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최 평론가는 “여기 동해시를 포함해 강원도와 관련된 옛 노래를 보면 대부분 도시로 올라간 젊은이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들이 많다”며 “강릉을 소재로 한 곡이 46곡, 속초 20곡, 동해 6곡, 묵호·삼척 5곡 등 강원도 지명 곡이 적지 않아 나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지난 11일 오후 5시 강원도 동해시 동쪽바다 중앙시장.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길위의 인문학’ 사업 일환으로 마련한 ‘도서관이 찾아가는 방방곡곡 인문콘서트’에 문화 소외지역 노년 계층이 몰려 다양한 인문 콘텐츠를 즐겼다. 강연, 콘서트, 연극, 시낭송 등 평소 보기 힘든 다양한 콘텐츠를 한꺼번에 만나는 기회인 셈.

무대 첫 주인공으로 오른 최규성 평론가는 강원도 음악에서 그 역사와 가치를 재발견했다. 주문진으로 시작해 대관령, 정동진, 화진포, 삼척 등으로 이어진 음악 순례에선 음악과 관련된 각종 사연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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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집단 페테의 연극 '당신을 태우고'. 지난 11일 강원도 동해시 동쪽바다 중앙시장에서 열린 이 연극에 문화소외 지역민 100여명이 몰려 즐겼다. /동해=김고금평 기자



김의철 노래 모음집 수록곡 ‘섬아이’는 창법 미숙으로 금지곡이 됐고, 삼척을 노래한 배호의 ‘두메산골’은 삼척이 더 이상 두메산골이 아니라는 의원들의 반대로 노래비가 못 세워진 일화가 공개됐다. 아무도 관심 없던 묵호항(동해시)을 소재로 국내 최고 인기 여가수 이미자가 타이틀 곡으로 부른 사실도 처음 알려졌다.

최 평론가는 “이번 강연을 준비하면서 얻은 최대의 발견”이라며 “묵호를 그리워하는 이미자의 ‘눈물의 묵호항구’가 1971년 발매됐는데, 처음 듣는데도 구슬픈 선율이 정말 아름답다”고 소개한 뒤 즉석에서 들려줬다.

동해시민이 참여하는 시낭송 프로그램, 서율 밴드가 시 가사를 통해 들려주는 음악 콘서트 등 공연 중간 스민 인문학적 향기가 묵호항 야시장의 바다 냄새와 묘하게 어울렸다. 마지막 순서로 준비된 예술집단 페테의 연극 ‘당신을 태우고’에선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동해로 여행 온 노부부 이야기를 그린 연극은 제한된 공간을 넘어 객석, 시장, 주변 도로 등 열린 무대를 지향했다. 시작부터 객석에서 등장한 배우가 “아이고, 우리 영감 못 봤소? 그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공유 말고 도깨비 닮은 우리 영감 말이오” 할 땐 객석에 폭소가 터졌고, 이 웃음소리를 따라 시장 상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2시간여 이어진 무대에서 쉽게 자리를 뜨는 관객은 없었다. 문화소외지역에서 열린 특별한 무대라는 인식 때문인지, 어떤 콘텐츠에도 귀를 쫑긋 세웠다. 무대 밖 프로그램에선 책의 문장이나 자작시 문구 등 손글씨 디자인을 제공하는 캘리그라피와 캐리커처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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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동해에서 열린 '도서관이 찾아가는 방방곡곡 인문콘서트'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서율 밴드의 공연 모습. /동해=김고금평 기자



이날 객석에서 만난 심규언 동해시장은 “동해에서 인문학 콘서트는 처음이지만, 도서관을 통해 만나는 동해시민의 인문학적 감성과 관심은 강원도 18개 시·군 중 높은 편에 속한다”며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 강좌 등 배움의 가치와 열망을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현태 한국도서관협회 본부장은 “올해 시범사업으로 동해 등 문화소외지역 2곳만 정부 지원으로 시작했지만, 내년부터 전국 개별 도서관 주최로 인문콘서트를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더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도서관이 찾아가는 방방곡곡 인문콘서트’ 지역은 15일 경북 의성으로, 김용택 시인의 강연이 준비됐다.

동해(강원)=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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