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1481510 0182017111541481510 08 0805001 5.17.8-RELEASE 18 매일경제 34570002

유전자변형 사과 이달 미국서 판매…소비자 선택은?

글자크기
매일경제

위쪽이 일반사과, 아래쪽이 오카나간스페셜티푸르츠가 개발한 남극사과의 모습. 남극사과는 공기 중에 오래 노출시켜도 갈변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진제공=오카나간스페셜티푸르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말랑말랑과학-138] 이번달부터 미국 중서부의 식료품 가게에 GM(유전자변형) 사과가 진열된다. 이 사과는 공기 중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갈변(식품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유전자변형된 상품이다. 간식용으로 얇게 썰어서 식료품 가게에 놓일 GM 사과를 두고 다시 한 번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와 관련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GM 식품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이 사과의 이름은 '북극사과(Arctic Apple)'다. 기존 미국 시장의 GMO가 콩이나 옥수수 등 음식의 재료로 활용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제품은 '완제품'으로 판매된다는 점이 다르다. 네이처는 "캐나다 오커나건 스페셜티 프루츠 사가 2003년 테스트용 GM 사과를 처음 경작한 이후 유전자 재조합 효모가 만든 콩단백질로 제작한 고기 없는 버거, 해산물 줄기세포로 만든 생선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가 교정된 버섯 등이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GMO"라며 "하지만 대부분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GMO를 만들고 있는 많은 소규모 바이오 기업들은 북극사과의 시장 출시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농 양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는 "만약 북극사과가 팔린다면 다른 GM 식품 판매에도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갈변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버섯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메리 마크슨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박사도 "북극사과는 최초의 GM 식물이 아니다"면서도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평가받는 첫 번째 식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극사과를 만든 오커나건사의 공동 창업자인 닐 카터는 1995년 과수원을 인수한 뒤 미국 간식 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생각해왔다. 호주 연방과학원에서 식물의 세포가 공기 중에 노출됐을 때 갈색으로 만드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카터는 손뼉을 쳤다. 그는 "사과에서 그 유전자를 억제할 수 있다면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얇게 저민 사과를 간식용으로 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GMO에 대한 불신부터 해결해야 했다. 뉴욕과 워싱턴 등 미국에서 사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비자의 20%가 GMO에 대해 경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커나건사가 설문조사를 통해 발견한 또 다른 사실은 "사과의 유전자를 조작한 이유는 갈변하는 유전자를 침묵시키기 위해서다"라고 이야기할 경우 소비자들의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다.

물고기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생선살을 만들고 있는 핀리스푸드의 창업자 마이크 셀던도 "많은 정보 제공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극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우리는 과거 GMO 산업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대중과의 대화 없이 식품을 출시했다"고 덧붙였다. 핀리스푸드는 북극사과와 생선살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 소비자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핀리스푸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참다랑어의 살코기를 만들었다. 셀던은 "사람들에게 물고기 남획, 동물 학대 등의 걱정 없이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면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GMO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은 비단 소비자들의 반응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장벽은 미국의 규제다. 네이처는 "미국의 규제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묘사했다. 북극사과가 미국 정부의 규제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년. 하지만 한 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갈변하지 않는 감자'가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2년에 불과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같은 규제의 불확실성은 소비자의 불확실성과 비교하면 작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 기관인 데이터컬렉티브의 제임스 하디먼은 "대중의 마음은 규제보다 다루기가 훨씬 더 어렵다"며 "우리는 대중이 비이성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터는 북극사과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는 네이처와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당신은 사탄이야'라는 이메일을 거의 받고 있지 않다"며 "사람들은 우리에게 '그 사과를 어디서 판매하는가'라는 것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