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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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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58]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 배틀그라운드 VS 리니지2 레볼루션

슬슬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러 분야에서 한 해 주요 콘텐츠에 대한 총결산 격의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게임 분야도 다르지 않아서 가장 유명한 GOTY(Game Of The Year·gotypicks.blogpost.com)를 비롯해 많은 매체와 어워드들이 한 해의 베스트 게임을 정리할 때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정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측에 포함되는 어워드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전자신문, 스포츠조선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1990년대 후반부터 꽤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상당수 게이머들에게는 GOTY와 같은 해외 어워드에 비해 인지도 면에서 부각되는 지점이 드문 편이다. 당장 작년인 2016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 수상작이 무엇인지 아는 게이머가 몇이나 될까? 어떤 면에서는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2016년의 대상 수상작은 모바일게임 'HIT'였다.

매년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국산 게임들만 수상작 후보에 오르고 또 수상하기 때문에 사실 게이머에게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수준의 냉소 이상 반응을 얻지 못하게 된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2017년에는 묘하게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기존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두 게임이 가지고 있는 묘한 느낌 때문이다.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와 '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이라는, 사뭇 다른 지향점을 지닌 두 게임이 동시에 후보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이슈는 새로운 지점을 만들었다. 어떤 게임이 수상하느냐의 문제를 떠나, 이제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본질이 무엇인지가 드러나는 문제가 된 것이다.

◆새 장르의 흥행을 이끈 게임 VS 많이 판 게임

전 세계 동시 접속자 250만명 돌파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며 순항 중인 배틀그라운드가 대상을 받는다면 그 이유는 역시 전 세계를 휩쓴 흥행성의 측면일 것이다. 일부 마니아만의 소수 장르였던 배틀로얄이라는 게임 방식을 꺼내들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운과 실력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희의 장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방식이 전 세계에 배틀로얄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실제 흥행 면에서도 증명되었다는 점에서 배틀그라운드가 수상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함께 대상 후보로 경쟁 중인 레볼루션은 어떤 말로 대상 후보임을 강조할 수 있을까?

'상업성'일 것이다. 게임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다양한 척도 중 딱히 레볼루션을 꺼내들었을 때 배틀그라운드보다 나은 지점을 찍어내라면 이것 외에는 떠올리기가 어렵다. 뛰어난 그래픽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이 배틀그라운드처럼 실제 탄도물리학이 적용되는 가상 공간을 구현하고 그늘에 엎드렸을 때 자연 지형과 구별이 되지 않는 은폐를 나타낸 수준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인지는 되새길 일이다. 게임대상 주최 측이기도 한 모 신문사 칼럼에서는 MMORPG의 대중화를, 레볼루션이 대상을 받아야 할 이유라고도 설명했는데, 벌써 몇 년째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게임들이 무슨 장르였는지는 한번 돌아보고 글을 쓰는 게 어땠을까 싶다.

당장 게임 관련 뉴스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 검색어를 치고 들어갈 때 보이는 뉴스 테마들이 무엇인지가, 사실은 레볼루션이 대상을 받아야 할 이유에 가깝다. 많이 벌었다는 것 외에는 들이밀기 어려운 것이다. 정말 많이 벌었다.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의 모든 기존 통계를 갈아치울 정도로 많이 벌었다. 기존 모바일 RPG의 게임 구조를 답습했고, 여전히 현질(게임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을 하지 않으면 다음 진행이 어려우며, 끝없이 플레이어들에게 현질을 강요하는 형식적 측면에서 레볼루션은 기존 국산 모바일게임의 기본틀을 벗어나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팔렸기' 때문에 대상 수상의 가능성을 얻었다.

요약하자면 결국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장르적 가능성을 열어 세계적 흥행을 얻은 게임과 기존 게임을 답습해 많이 판 게임의 대결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결은 오히려 시상하는 주최 측에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의미는 새 장르로 흥행의 가능성을 실현시킨 쪽에 있는가, 아니면 많이 판 쪽에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놓이게 된다. '게임대상이 매번 그렇지 뭐'라고 냉소하던 게이머 커뮤니티가 나름 올해의 후보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래서 누가 수상하느냐가 아니라 게임대상이 추구하는 방향이 과연 이러한 질문 앞에서도 기존과 같을 것이냐는 데 있다.

매일경제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 후보작 `배틀그라운드`(좌)와 `리니지2: 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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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어워드 결과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미래이기도 하다

정부기관이 주최 측에 포함되어 대상이 대통령상으로 주어진다는 점에서 2017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 수상은 국가가 게임을 바라보는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표지판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시그널은 당연히 향후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2017년 후보작들이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주최 측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단지 몇몇 소수 그룹 이익에 매달려 판단할 일이 아닌 범주에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게임대상 후보 출전은 그래서 출전만으로도 주최 측에 매우 무겁고 날카로운 질문이 되었으며, 이제 주최 측은 게임대상이 단순 상업 어워드냐, 게임을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이냐의 기로에서 어느 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글은 11월 15일 새벽 6시 온라인에 릴리즈될 것이며, 같은 날 저녁에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한국 게임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심정으로 대통령상의 이름으로 수여될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의 수상 향방을 지켜볼 것이다. 2017년의 대상 수상 결과에 따라 향후 업계 전반의 방향성 또한 거시적 의미에서 움직일 것이기에 이번 어워드는 기존과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아무쪼록 미래를 보는 이들의 현명한 판단이 결과로 드러나길 기원한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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