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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눈]실패로 쌓은 자산, 자원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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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SK이노베이션의 E&P사업 최동수 대표는 우리나라 자원개발의 산증인이다. 1986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한 이후 30여년간 줄곧 자원개발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최 대표는 SK의 자원개발을 총괄하는 자리까지 올랐지만, 사실 최 대표의 과거는 실패의 연속이다. 페루광구나 베트남광구 등에서 유전을 발견해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 뒤에 감춰진 실패가 더 많았다.

SK는 지난 95년 미얀마 유전개발에 뛰어들어 수천만달러를 썼지만, 실패의 쓴잔을 마셨다. 10년간 절치부심한 SK는 2005년 다시 미국 루이지애나주 남부의 육상광구인 이베니라 노스 탐사광구의 지분 70%를 인수해 독자 광구 개발에 나섰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매장량이 예상보다 적었다. SK는 결국 탐사를 접었다.

굵직한 자원개발의 현장에는 항상 최 대표가 있었다. 잇따른 실패에도 그는 한 번도 문책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최 대표는 승진을 거듭했다. 실패는 축적된 노하우를 쌓았던 경험으로 인정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실패한다고 해도 책임을 묻기보다 성과를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오히려 독려했다.

최 대표에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일화가 있다. 미얀마 유전개발로 정글을 누비고 다닐 때 일이다. 먹을 게 귀했다. 항공편으로 보급받은 통조림이 주식이었다. 미얀마 군인들과 함께 자주 음식을 나눠 먹었다.

최 대표는 “미얀마 군인들은 정글에서 뭐든지 튀겨서 소금에 찍어 먹었는데, 그때 평생 못 먹어볼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면서 “하루는 군인들이 원숭이 고기 튀김도 내밀어서 먹어봤는데, 절대 잊지 못할 맛”이라고 말했다. 자원개발의 최일선에서 뛴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던 시절이다.

하루는 SK의 고(故) 최종현 회장이 미얀마를 직접 찾아왔다. 현장 직원들을 불러 술도 한 잔씩 따라줬다. 그리더니 농장에서 직접 만든 거라며 된장을 내밀었다. 한국음식이 얼마나 그립겠느냐며 본인이 직접 싸들고 왔다.

최 대표는 “된장 냄새를 처음 맡아본 미얀마 호텔 직원들이 이상한 냄새가 방에서 나는 데 이게 무슨 냄새인지 아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미얀마 광구도 루이지애나 광구도 실패했지만, 어느덧 SK는 하루 5만7000배럴씩 생산하는 자원개발회사로 컸다. 한국의 1인당 하루 석유소비량이 평균 19.1배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일 3000명이 쓸 수 있는 양이다.

최 대표는 광구를 더 늘릴 계획이다. 이미 상업생산에 성공한 베트남과 미국 광구를 중심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쌓은 경험만큼은 자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글로벌 석유기업도 자기들이 잘 아는 몇몇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서 “SK도 베트남에서 생산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 지역의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다”고 자신했다.

SK가 보유한 매장량은 5억3000만배럴이다. 지난 30년간 생산한 3억배럴보다 1.5배 더 많다. SK는 추가 광구 인수해 생산량을 두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기업이 해외 자원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따지고 보면 다 실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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