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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점 악용 구멍난 '동시대출' 관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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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6조원 풀려

대출정보 공유에 최대 5영업일

같은 날 2곳 이상서 대출 신청

최대 8곳서 1억6000만원 받기도

신용대출로 연체율 2배이상 높아

금융당국 "사후 회수가능"입장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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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급전이 필요했지만 대출한도가 넉넉지 못했던 이 씨는 대출모집인을 통해 ‘동시대출’이라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대출신청을 같은 날 여러 금융기관에 하되 대출신청 사실을 다른 금융기관에 알리지 않으면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 씨는 실제 이 수법으로 A저축은행을 포함한 3개 저축은행에서 6200만원, 3개 카드사 5500만원, 1개 캐피털사 700만원, 1개 대부업체 3700만원 등 무려 8개 금융회사에서 총 1억 61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씨처럼 신용대출의 대출등록에 걸리는 금융회사 간 시차 허점을 악용한 동시대출이 지난 2년간 전 금융권에서 16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대출은 ‘거짓 신용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대출로 일반 대출보다 부실 우려가 큰 대출이다. 금융당국에서는 금융기관이 사후적으로 거짓정보 제공으로 확인하면 만기 전 대출 회수(기한의 이익 상실) 등에 나서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의 특성상 일단 실행한 대출은 회수하기 어려운 데다 여전히 상당규모의 동시대출이 이뤄지고 있어서 대출관리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2년간 16조원 이르러

14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은행, 저축은행, 대부업, 보험, 신용카드, 할부금융,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에서 취급된 업권 내 동시대출 규모는 16조원이었다

동시대출은 자신의 신용을 넘어 최대한 대출을 받아내기 위한 편법으로 금융기관 간 대출사실 공유에 시차가 생기는 것을 악용한 일종의 ‘꼼수대출’이다.

가령 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 한도가 1000만원인데 A, B, C 3곳의 저축은행에 동시에 1000만원씩 대출신청을 한 후 다른 저축은행의 대출신청 사실을 알리지 않아 3000만원을 다 받아내는 수법이다.

예보는 이번 조사에서 ‘같은 날에 2개 금융기관 이상에서 실행된 대출’을 동시대출로 정의했다. 김찬영 예보 저축은행관리부 차장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대출은 통상 1곳에서 받기 마련”이라며 “같은 날 2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는 99% 이상이 꼼수를 쓴 동시대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동시대출의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금융사 간 실시간 대출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는데다 대출모집인이 동시대출을 권유하면서 교묘히 이용하고 있어서다.

대출 후 신용정보 집중기관인 한국신용정보원에 해당 대출정보가 등록돼 금융기관이 이를 공유하기까지 최대 5영업일이 소요된다. 예보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통상 대출 당일 저녁에 대출사실을 신용정보원에 등록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시간 공유는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기관에서 대출상담과 접수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대출모집인이 많은 대출을 일으키는 수법의 하나로 급전에 몰린 이들에게 동시대출을 권유하고 있다.

◇연체율, 일반대출에 2배 부실 위험↑

문제는 동시대출의 부실 위험이다.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 내용이 빠지다 보니 대출을 거절하거나 한도를 축소해야 할 차주에게 돈을 빌려준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벗어난 대출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저축은행 간 동시대출의 불량률(대출 실행 후 6개월 내 두 달 이상의 연체 발생)은 7%로 일반대출(5.3%)보다 1.7%포인트 높았다.

실제로 지난해 개인신용대출의 12%를 동시대출로 취급한 모 저축은행은 동시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한 경우)이 18.2%로 일반대출 연체율(9.3%)의 2배에 달했다. 동시대출은 취급 후 기간이 지날수록 연체율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나타냈다. 대출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사후 점검으로 동시대출을 걸러낼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은 차주가 밝힌 대출정보와 신용정보원에서 받은 실제 대출기록이 일치하지 않으면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며 “실제 대출 이후 3일 이내에는 반드시 사후 점검을 통해 대출 회수나 앞으로 영구 거래불가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나간 동시대출 규모가 16조원에 달하고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신규 동시대출 취급액도 38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6조원 역시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 업권 간 동시대출 규모는 포함되지 않은 규모다.

박종옥 예보 저축은행관리부 경영분석팀장은 “저축은행은 예보 조사와 관리 노력으로 동시대출 취급규모나 비중을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여전히 상당한 동시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담보대출이 아닌 이상 회수하기 어려운데다 저축은행은 동시대출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전 금융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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