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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6년만에 다시 붙은 SK와 LG, 이번엔 '차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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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LG에 6년 전 기억은 가혹하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과거 LG반도체 사업이 포개진 하이닉스를 재인수하라고 그토록 요청했는데 모두 거절했다.

당시 보고라인은 명확하다. LG 체계에서 조준호 사장은 보고를 했고, 강유식 부회장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물론 구본무 회장은 후자를 택했다.

사실상 LG가 기권한 이 딜에 효성이 호기롭게 나섰다. 하지만 당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시비가 불거지며 주변의 지원을 얻지 못해 결국 손을 들었다.

무주공산인 인수전에 최태원 회장이 외롭게 나섰다. 과대 포장할 생각은 없지만 자의든 타의든 업황의 위험성이 큰 사업에 SK가 뛰어들었다. 정부가 압박했다는 소문도 있고, 당시 최 회장의 입지가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악조건에서 복지부동 않고 도전에 나선 건 분명히 담대한 선택이었다. 2세 오너이지만 10년간 승계 전쟁과 소버린 사태를 겪으며 단련된 이가 아니었다면 발휘하지 못할 기업가 정신이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6년 전 불계승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제 펼쳐질 다른 승부 때문이다. 과점시장인 통신업 이외의 영역에서 이후로 정면 대결을 벌이지 못했던 두 그룹이 흥미로운 전쟁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다.

주목할 관전 포인트는 전쟁의 수장이 차남들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SK에는 돌아온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선두에 섰고, LG에선 모빌리티 분야를 총괄하는 구본준 부회장이 수비의 좌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형을 위해 모든 걸 내놨던 동생이다. 1998년 최 회장이 총수가 될 시점에 자신이 가진 모든 지분과 지위를 양보했다. 그런 동생을 위해 형은 약 20년 만에 동생에게 에너지 사업의 상당 권한을 위임했다는 후문이다.

통상적으론 잘되고 있는 것을 덥석 원할 듯한데 그러지 않았다. 권토중래한 최 부회장이 선택한 사업은 SK의 아픈 손가락인 배터리다. 앞으로 2~3년간 조단위 적자가 우려되지만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겠다는 포부를 앞세웠다는 전언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복귀하자마자 직접 독일로 날아가 내년부터 출시할 메르세데스-벤츠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넣기로 했다. 올해는 미국 영업을 시작했다.

권영수 사장 시절 배터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운 LG는 긴장하고 있다. 삼성에 휴대폰 시장을, SK에 반도체 시장을 뺏긴 터다. 승운이 파죽지세인 SK가 올해 드디어 흑자전환을 앞에 둔 LG 배터리를 뒤쫓는 건 달갑잖은 일이다.

하지만 그룹의 재도약을 책임진 구본준 부회장은 연륜 있는 야심가다. 최근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사업을 총괄하면서 새 성장 동력으로 완성차를 제외한 모빌리티 전 분야를 육성하기로 했다. 물론 배터리가 핵심이다.

형들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묵묵히 자기 시대를 기다린 동생들은 어떤 승부를 펼칠까. 배터리가 성공하면 자율주행 분야에서 SK는 중앙처리 능력과 메인 동력원을 확보한다. LG는 모터와 동력원을 거느리게 된다. 가격으로 맞붙으면 둘 다 죽고, 부가가치를 끌어내면 4차 혁명의 주인공이 될 기회다.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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