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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부자만 모여라” 돈 놓고 돈 먹기식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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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계약 물량 현장 추첨

600억원 하루에 몰리기도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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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부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입니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미계약 물량 추첨에 대한 한 부동산 전문가의 평가다. 미계약 물량 추첨에 당첨만 되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지만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 자산가만 참여할 수 있는 불공정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낮은 3.3㎡당 4,160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되며 분양 전부터 1억~2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아파트’로 불렸다. 이 때문에 평균 청약 경쟁률이 40대 1에 달했다. 그러나 이 단지는 가장 작은 면적도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여력이 되지 않는 분양 포기 당첨자가 속출하며, 36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았다.

삼성물산은 미계약 물량에 대해 현장추첨을 통해 계약자를 뽑기로 했는데, 당일 납부해야 하는 계약금 5,000만원 현찰로 들고 와야 추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불과 이틀 전에 벼락 공지가 떴는데도 현장에는 무려 1,200여명이 몰렸다. 현금만 600억원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청약 통장도 없이 로또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로또 위의 로또’ 당첨 행사였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래미안 DMC 루센티아’ 미계약분 추첨 현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1,000만원의 계약금을 지참해야 추첨 현장에 입장이 가능한데도 불과 25가구의 주인을 가리는데 1,5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같은 날 중랑구 ‘면목 라온프라이빗’ 미계약분은 선착순으로 분양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려 15시간 이상 줄서기가 이어졌다. 미계약분 가구수가 공지되지 않아 100여명이 밤샘 줄서기를 이어갔다. 일부 앞자리는 ‘줄 값’으로 1,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부자들이 미계약 물량 추첨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별도의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신청 절차가 간편한데다 지역에 상관없이 다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첨 당일 신분증과 계약금(1,000~5,000만원),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만 갖고 가면 된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등으로 실수요자들은 접근이 더 어려워진 반면 현금 자산가들은 자산을 더욱 불릴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유동 자금이 투자가치가 확실한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며 “돈이 있는 사람들만 강남 재건축 미계약분 등을 통해 오히려 손쉽게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장이 섰다”고 꼬집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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