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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자수첩]'침묵'하는 구글, '설명'하는 용기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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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이 주장만 늘어놓지 마라.”

수습기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선배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조언이다. 기사에 어떤 주장을 담으려면 합당한 논리적 근거를 찾아 제시하라는 말이다. 논리적 근거 없이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취재원을 경계하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근거 취합과 사실 여부 파악이 취재의 시작이자 끝, 결국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국감 발언을 계기로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을 사이에 둔 구글과 네이버의 공방전이 화제다. 이 창업자는 국감장에서 구글의 불투명한 세금 납부, 고용 등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구글의 국내 매출 규모와 납세 방식, 고용 규모 및 형태 등 대부분 정보가 베일에 싸여 있다. 구글은 ‘국내 세법과 조세 조약을 준수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수백명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이 창업자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구글에 국내 실적과 세금 납부액, 고용 및 투자 방식, 통신망 사용료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요구하며 재반박했다. 한 대표의 질의는 200자 원고지 40매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지만 짧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내 IT업계가 수년째 제기했던 구글의 세금 회피 의혹 등이 사실이 아니라면 근거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네이버의 법인세 납부액, 망사용료, 투자 및 기부 등 정보를 먼저 공개했다.

앞선 구글의 반박을 보면 논리적 근거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동안 구글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을 세율이 낮은 국가로 넘긴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한다는 설명만으로 이런 의혹을 불식하기 어렵다. 다른 의혹들에 대한 해명 역시도 이 창업자의 일부 발언에 대한 반박일 뿐, 해당 의혹의 본질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공세로 구글이 곤란한 입장이 처했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구글이 그동안 불거진 부정적인 의혹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구글 주장대로 한국 경제와 사회에 널리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이번 공개 질의에 “언급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고 있다.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침묵하지 말고 모든 정황을 설명하고 이용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구글의 용기가 보고 싶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s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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