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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바리스타 1호 점장 꼭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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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커피 만드는 권순미씨의 도전

매일 3시간씩 입모양 읽기 연습… 한번도 주문 잘못받은 적 없어

손사래치던 고객 커피맛 보고 사과

동아일보

13일 서울 송파구 스타벅스 매장에서 바리스타 권순미 씨가 손님의 입 모양을 유심히 보면서 주문을 받고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라아…테.”

13일 서울 송파구 스타벅스 매장. 남들보다 1시간 빨리 출근한 바리스타 권순미 씨(36·여)는 검은색 앞치마에 ‘청각장애 바리스타’ 배지를 달았다. 거울을 보며 ‘라테’를 발음하는 자기 입 모양을 유심히 봤다. 권 씨는 두 살 때 고열로 청각을 잃었다. 상대방 입 모양으로 말을 이해한다.

그는 2011년 청각장애 바리스타 1기로 입사했다.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입 모양만 보고 손님 주문을 알아듣는 연습을 하고 있다. 동료들은 “퇴근시간을 넘겨 매일 3시간씩 연습하고 귀가하는 걸 보면 놀랍다”고 말했다. 권 씨는 한 번도 주문을 잘못 받은 적이 없다. 이런 노력 덕에 그는 필담을 하지 않고도 비장애인과 대화할 수 있다. 현재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은 398명이다. 2007년 고용 초기에는 1년 이내에 절반가량이 퇴사했다. “장애인이 만든 커피가 맛있겠느냐”는 편견 어린 시선에 앞치마를 벗었다. 권 씨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 청각장애 바리스타 배지를 본 손님은 아예 권 씨를 무시했다. “배지를 보자마자 손사래를 치는 손님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권 씨는 언짢은 기색 없이 더 정성껏 커피를 내렸다. 나중에는 “커피가 맛있다”며 무례한 행동을 사과하는 손님도 나왔다. 장애인 대학생은 열심히 일하는 권 씨 모습에 반해 온종일 매장에서 그를 지켜볼 정도였다고 한다.

권 씨는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398명의 장애인 직원이 10년 이상 장기 근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별과 냉대에 어렵게 잡은 근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지 말라는 입사 7년 차 ‘맏언니’의 조언이었다. 이날도 권 씨는 근무를 마치고 불 꺼진 매장에서 커피 관련 책을 펼쳤다. “듣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의 표정에 더욱 집중합니다.”

장애인 직원들은 편견을 스스로 불식시켜 나갔다. 말투가 어눌할 수밖에 없는 청각장애 바리스타는 권 씨처럼 구화(口話)와 발성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지적장애 바리스타는 수십 가지 음료 제조법을 익히는 데 게을리하지 않는다. 장애인 바리스타에 대한 고객의 편견은 점차 줄어들었다. 1년 이내에 퇴사하는 비율은 현재 6%대다.

권 씨는 점장 승격시험을 앞두고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바리스타 120명 가운데 그가 유일한 장애인 직원이다. 시험에 합격한 10명 안팎의 직원은 매장을 총괄하는 점장이 될 수 있다. 그는 “장애인 직원은 점장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보겠다”면서 “따뜻한 커피 드시러 오세요”라며 웃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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