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놓친 보수세력이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한 뒤 집권세력에 맞서는 새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혁신보다 통합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사태를 관망하던 MB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을 계기로 돌연 정치보복 운운하며 보수결집을 얘기한 것은 어색하고 석연찮다. 보수 재건이라는 큰 틀보다 자신을 향한 검찰의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계산 같아서다. MB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늘푸른한국당의 한국당 흡수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홍 대표가 한국당을 '보수의 둥지'로 만들겠다며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을 각각 건국ㆍ근대화ㆍ민주화의 상징으로 내세운 것 역시 MB의 한계를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출범 6개월이 넘도록 보수세력의 벽에 막혀 조각도 매듭짓지 못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막말에 가까운 MB의 비판이 무척 섭섭할 것이다. 적폐청산은 누구를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특권구조를 고치자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비리가 나오면 수사하는 것이라고 누차 설명했는데도 이를 통째로 정치보복이라고 단정했으니 말이다. 줄곧 국정 발목을 잡아 온 홍 대표의 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가 뭉쳐야 한다고 주변에 주문한 것도 '도둑이 제발 저린 행태'로 보일 법하다. 그렇다고 중진들까지 나서 전직 대통령을 향해 '탐욕' '고름' 운운하며 "차라리 살려 달라고 해라"는 등의 비아냥대거나 출국금지 청원에 동참하는 치기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작금의 정치판을 사생결단의 난장판으로 몰고 간 가장 큰 책임은 한국당의 보수대통합 구상에 정치보복 프레임을 얹은 MB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다음 책임은 "바른정당은 배신자 집단"이라며 유승민 대표의 한국당 방문을 거절하고 “망나니 춤판” 운운한 홍 대표의 막말 리더십일 것이다. 정치사안을 깊고 넓게 보지 않고 홍위병처럼 완장차고 설치는 민주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말빚'을 쌓지 않아야 존중과 신뢰가 쌓이고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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