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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은 삼백?" 자동차 회사의 작명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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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렉서스 NX300h 모델이 데뷔했다. 사진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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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타세요?"

"엔엑스쓰리헌드레드, 아니 엔엑스삼백이요."

렉서스마저 담백한 작명법을 내려놨다. 기존의 NX200t 이름을 버리고 NX300으로 개명한 것. 렉서스 관계자는 "신형 NX 모델의 2리터 휘발유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238마력이다. 300이라는 숫자는 3리터급 자연흡기 엔진의 파워를 실현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일견 타당하다.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투어 과급 엔진을 쓰면서 '배기량=성능' 등식은 깨어진 지 오래다. 아우디 A6는 40, 50, 55, S6으로 세분화되는데 V6 휘발유 모델의 정식 이름은 A6 50 TFSI 콰트로다. 밸런스 뛰어난 컴팩트 세단의 지존인 BMW 330i M 스포츠 패키지의 배기량은 2리터에 불과하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는 200, 220d, 250d, 43, 63의 숫자가 난무한다. 250은 2.2리터, 43은 3리터, 43은 4리터급 엔진을 암시하는 터다. 배기량 등식 이름을 갖고 있던 랜드로버마저도 최신형 벨라부터는 D180, D240, D300, P380 등으로 엔진 트림을 나누기 시작했다.

투싼, 싼타페 등 한 때 휴양지를 선점한 이름을 즐겨 쓰던 현대는 최근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런칭하면서 G70, G80, EQ900의 모델명을 내놨다. 숫자의 크기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는 삼척동자라도 알겠다. 엔진 배기량 기준 세부 트림은 정직하게 붙였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일까? 5리터 에쿠스 후계자의 풀 네임은 '이큐 나인헌드레드 5.0 엘'이다.

촌스럽다고 고개를 돌릴 요즘 친구들이 많겠지만 불쑥 대우 누비라가 떠오른다. 그 당찬 포부만큼 세상을 누비지는 못했지만, 이름만큼은 참으로 정감 넘친다. 기아 소울은 K9에 비해 밝고 투명한 느낌이며, 카니발은 가족용 미니밴의 특성을 잘 살린 축제적 기운의 이름이다. 투박한 질그릇보다는 세련된 크리스탈 잔을 원하는 시대라지만 이름만큼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아재'의 발로랄까?

암시용 숫자와 알파벳의 난무 속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이름은 눈에 쏙 들어온다. 지프 랭글러. 고성능은 루비콘이고 가벼운 차는 스포츠, 중도적인 옵션은 사하라로 나뉜다. 브랜드 이름이 자동차 이름인 미니는 어떤가? 존 쿠퍼를 기념하는 쿠퍼라는 명칭에 성능 좋은 휘발유는 S, 디젤은 D, 고성능 디젤은 SD, 고성능 휘발유는 JCW 뱃지가 붙는다. 아주 깔끔한 작명법 아닌가?

"차가 뭐에요?"

"프리우스요!"

깔끔하지 않은가?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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