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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유라 이화여대 비리' 400일…학생들 시위부터 항소심 선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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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도 최순실 징역 3년, 최경희 징역 2년

재판부, "강자의 논리부터 배우게 해" 질타

지난해 10월 학생들 "입시비리 규명" 요구

1·2심 모두 피고인 '전원 유죄' 판결

“부모로서 자녀에게 원칙 대신 강자의 논리부터 배우게 했다. 피고인 자신만 그르친 게 아니라 자녀의 앞날도 그르쳤다.”

서울고법 형사3부 조영철 부장판사는 14일 최순실씨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한 2심 선고 공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최씨와 이화여대 교수들 모두에게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에겐 징역 2년이,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겐 징역 1년 6월이 선고됐다. 류철균ㆍ이인성ㆍ이원준 교수는 집행유예를, 이경옥ㆍ하정희 교수는 각각 벌금 8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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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이화여대 비리 사건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형을 선고 받았다. (왼쪽부터) 최순실씨와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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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최씨와 이화여대 교수들이 공모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 전체의 믿음과 신뢰를 저버렸다”며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과 인식도 흐려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화여대 교수들에 대해서는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는 공평과 정의를 얘기하면서도 스스로는 부정과 편법을 쉽게 용인했다”고 질타했다.

학생 시위로 널리 퍼진 ‘입시 농단’

‘입시 농단’으로도 불린 이번 사건은 지난해 9월 말 한 언론 보도로 세상에 드러났다. 의혹이 제기되자 이화여대 학생들은 학교 측에 “정유라의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를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진실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교내 곳곳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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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들이 정유라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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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화여대는 수개월 전부터 미래라이프대학 신설과 관련해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을 문제 삼고 교내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여기에 정씨 특혜 논란이 일자 학생들은 촛불시위 등을 통해 최 전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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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촛불 시위 모습. [사진 연합뉴스]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17일 전임 교원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최 전 총장은 설명회 전 취재진에게 “특혜는 없었다는 점만 확실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뒤 그는 전격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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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전 총장이 설명회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정유라 자퇴했지만…검찰 수사 착수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은 지난해 10월 21일 최씨 모녀와 최 전 총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로부터 열흘 뒤 정씨는 이화여대에 자퇴서를 제출했지만, 검찰은 최 전 총장 사무실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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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박영수 특검팀은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진 연합뉴스]




같은해 12월 정씨에 대한 입학이 취소됐다. 수사를 넘겨받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올해 2월, 최 전 총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시켰다.

재판에서 드러난 ‘입시 특혜’ 전말
지난 4월 12일 처음 열린 재판에서 최순실씨는 “명문대인 이대를 이렇게 만들어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승마 특기생을 뽑는다고 해서 막판에 원서를 넣은 것뿐인데 억울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 전 총장도 “최순실이란 이름도 몰랐고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인들의 증언은 달랐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최순실씨가 ‘딸이 이화여대·고려대·연세대 등에 원서를 접수하려는데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경숙 전 학장을 만나 ‘신경 써달라’고 부탁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전 학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김 전 차관은 “김 전 학장이 먼저 ‘정윤회씨 딸 아니냐. 우리 남편도 말을 타서 안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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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 [중앙포토]




이후 김 전 학장은 남궁 전 입학처장에게, 남궁 전 입학처장은 최 전 총장에게 정씨의 지원 사실을 전달했다. 당시 수시 전형 업무를 담당했던 백모 전 입학처 부처장은 “보고를 받은 최 전 총장이 뽑으라고 한 뒤 본인은 모르는 거로 해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면접날엔 “금메달입니다. 금메달”
당시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교수들도 증언에 동참했다. 박모 교수는 “응시생이 면접장에 금메달을 갖고 오는 것이 금지돼있었지만 남궁 전 처장이 문제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씨가 정윤회씨의 딸이라는 사실과 함께 최 전 총장이 “무조건 뽑으라고 했다”는 말도 남궁 전 처장이 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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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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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장이 이를 제지하자 남궁 전 처장은 면접위원들에게 손나팔을 만들어 “금메달입니다. 금메달”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박 교수는 “직급이 낮아 불이익이 올 것 같아 정씨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정유라 '이화여대 입시비리' 사건 일지
-2016년 9월27일: 정유라 특혜 의혹 제기

10월16일: 이화여대 학생들, 교수 사과 요구 대자보 게재

10월17일: 학생들, 이사회에 총장 해임 등 요구.

최경희 전 총장, 특혜 의혹 부인

10월19일: 최경희 전 총장 사임

10월31일: 정유라, 이화여대 자퇴서 제출

11월22일: 검찰, 이화여대 압수수색

12월 2일: 정유라, 퇴학 및 입학 취소

12월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착수

-2017년 2월15일: 최경희 전 총장 구속

6월23일: 최순실 징역 3년, 최경희 전 총장 징역 2년 1심 선고

11월14일: 항소심도 1심과 같은 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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