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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스마트폰에 기록되는 '디지털 알약' 미국서 첫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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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치료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

日오츠카제약과 美디지털업체 협업

알약 복용하면 웨어러블 기기에 신호 전송

환자와 의사, 보호자가 열람 가능해

약 복용 안 하는 환자들로 인한

111조 의료 손실 예방 기대

환자 사생활 침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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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알약을 개발하는 업체 프로테우스의 알약 제품과 이를 관리하는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 [프로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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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복용 여부를 의사가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디지털 알약'이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처음으로 승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화 가능한 센서가 부착된 알약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를 조현병, 급성 조증 환자 등을 위한 치료제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는 일본 오츠카 제약과 미국의 디지털 제약업체 프로테우스가 합작해 만든 알약이다. 기존에 오츠카 제약이 판매하던 조현병 치료제 아빌리파이에 프로테우스의 디지털 알약 기술이 접목됐다.

이 알약에는 구리, 마그네슘, 실리콘 등으로 만들어진 센서가 들어 있다. 센서의 구성 성분은 일반 식품에도 함유된 안전한 성분들이다. 환자가 알약을 삼켜서 이 센서가 위액에 닿게 되면 전기 신호가 발생하고, 이 신호는 몇 분 뒤 환자가 좌측 흉곽에 부착하고 있는 반창고 모양의 웨어러블 기기로 전달된다. 이 기기는 신호를 분석해 환자가 언제 약을 복용했는지 기록하고 블루투스를 통해 이 정보를 스마트폰 앱으로 보낸다.

의료계는 약을 처방전대로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 왔다. 환자가 처방전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질병이 악화하고 추가적인 치료나 입원이 필요해져 의료비가 더 많이 들게 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자들로 인한 의료비 손실이 미국에서 매년 1000억 달러(약 111조820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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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이 승인한 디지털 알약 형태의 조현병 치료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 작동 원리. ①제작 단계서 알약에 센서가 내장되며 ②알약이 복용돼 센서가 위액에 닿으면 환자 몸에 부착된 반창고 모양 기기로 신호가 전송된다. ③이 신호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 앱으로 보내지고 ④환자가 사전에 동의한 보호자들에게도 전송된다. ⑤환자 본인과 보호자들은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환자의 복용 기록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오츠카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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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종사자들은 디지털 알약이 공공 보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첼 매티스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 정신성 의약품 분과장은 "처방된 약의 복용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면 일부 환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아미트 사파트와리 전임강사는 NYT에 "디지털 알약은 알약을 복용할 의지가 있지만 종종 복용을 잊어버리는 환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카비르 나스 오츠카 제약 북미지사 CEO는 FDA의 이번 승인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에 "환자가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단이 처음으로 주어졌다. 지금까지는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더라도 그게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나스는 이어 "조현병 환자가 약 복용을 잊을 경우 발작을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디지털 알약이 그처럼 급작스러운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디지털 알약이 환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디지털 알약 복용에 동의한 환자들은 의사와 가족을 포함해 최대 4명까지 알약 복용 여부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서류에 서명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언제 알약을 복용하는지를 여러 명이 항상 감시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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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알약의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스마트폰 앱 화면. [프로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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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동의가 자발적이고, 환자가 마음이 바뀔 경우 앱을 이용해 언제든지 정보 수신자를 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지만 사생활 침해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브라운대 의과대학의 피터 크레이머 교수는 "알약에 고자질쟁이를 함께 포장해주는 격"이라며 "디지털 알약은 아주 강압적인 도구가 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콜롬비아대의 제프리 리버먼 교수는 "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이런 약을 처방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 약은 마치 생체의학적 '빅 브러더' 같다"고 꼬집었다.

스크립스중개과학연구소의 에릭 토플 소장은 NYT에 "보험 업체들이 디지털 알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할인 폭이 아주 커지면 결국 디지털 알약 복용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츠카 제약의 로버트 맥퀘이드 부사장은 "우리가 개발한 디지털 알약이 모든 환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며 "의사는 이 디지털 알약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환자에 한해 이 알약을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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