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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옥천과 영동을 한꺼번에 즐기는 양조장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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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시인 정지용(鄭芝溶 1902~1950)의 시 '향수(鄕愁)'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내용과 달리 누구나 한 번쯤 읍조려 봤음직한 유명한 첫 소절로 시작한다. 노래로도 만들어졌을 만큼 단어 하나하나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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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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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가까운 옥천에 정지용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에는 그의 삶과 작품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생가 초입의 냇가는 시 속에 그 실개천은 아닐지라도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담벼락에는 시구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 정겹다. 그림 속 시인은 어떤 마음으로 시를 지었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실상 그림은 한 곳에만 있지 않고 생가가 속한 마을 곳곳에 그려져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모습이다. 생가 앞에는 안내문과 함께 <향수>가 적혀있는 커라단 조형물이 있다. 나지막한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방2칸, 부엌 1칸짜리 생가의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문학관은 제법 규모를 갖췄다. 정지용 시인의 동상을 비롯해 생전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의 작품들이 다수 전시돼 있어 시인의 문학세계를 천천히 음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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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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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은 자연과 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진 청정한 자태를 간직한 곳이다. 내륙의 중심부에 위치해 진정한 한반도의 허리쯤이라 볼 수 있다. 대전과 영동을 잊는 곳이면서 금강의 맑은 물이 휘감아 흘러 비옥해 예로부터 농업이 중심을 이룬다. 문학관과 생가가 있는 곳은 옥천 구읍이다. 옥천역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이 옥천의 중심지였다. 역을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지금은 쇠락해 구읍이라 불린다. 정지용 생가를 비롯해 일제 강점기 건물과 미국식 교회당, 개량민가 등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근대문화유산의 향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옥천과 가장 가까운 영동, 옥계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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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폭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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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옥계폭포는 옥천과도 가까워 두 지역을 한 번에 여행하고자 계획한다면 꼭 들려봐야 할 장소다. 가을이면 폭포로 향하는 길목의 초입부터 단풍이 진하게 물들어 걷는 순간순간이 즐겁다. 폭포까지 향하는 길은 주차장에서 10~15분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어갈 수 있다. 폭포에서 출발한 시냇물과 낙엽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즐기며 걷다보면 금세 도착한다. 높이가 꽤 있는 편이며 물줄기가 떨어지는 쪽으로 양쪽 절벽이 완만하게 감싸 안는 형국이라 주변 풍경이 편안하게 어우러진다. 가까이에 정자가 하나 있어 운치를 즐기기 그만이다.

옥계폭포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 어느 날 옥계폭포 물이 떨어지는 위치에 전에 없던 바위가 하나 생겼다고 한다. 이 바위를 양바위라 불렀는데 폭포의 풍경을 헤친다 하여 사람들이 바위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양바위를 옮긴 후 이상하게도 마을 남자들이 갑자기 아파 죽거나 객사하는 일이 생겼다. 사람들이 다시 양바위를 제 위치에 가져다 놓자 남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생하던 사람들도 이곳에서 소원을 빈 후 임신에 성공했다고 하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국내에서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휴게소

전국에 수백 개가 넘는 휴게소가 있지만, 그중 금강휴게소는 가장 독특한 이력을 지닌 곳이다.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이 합쳐진 유일한 곳으로 상·하행 통행 차량이 하나의 휴게소에서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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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면은 이뿐 아니다. 패스트푸드만 즐비한 여느 휴게소와 달리 걸어서 5분이면 옥천의 토속음식을 즐길 수 있다. 바로 휴게소와 옥천의 토속음식촌을 잊는 굴다리만 지나면 풍성한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늘어서 있다. 옥천 강변식당(043-733-6900)의 어죽(7,000원 인당)과 도리뱅뱅이(6,000원 한 접시)는 여럿이서 즐겨도 부담이 없다. 어죽은 몇 시간이고 푹 고운 후 마지막에 채로 뼈까지 모두 걸러내는 정성을 거친 후에야 식탁에 오른다. 한 수저 한 수저가 그야말로 보약이다. 아예 간을 하지 않아 삼삼하기에 함께 내는 김치와 먹으면 환상의 조합이다. 찬도 모두 신선하고 맛깔 난다. 진한양념에 바삭하게 구워 나오는 도리뱅뱅이는 이름그대로 접시위에 동그랗게 늘어놓은 모양새가 재미있다. 막걸리 한 잔이 간절히 생각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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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휴게소 아래 펼쳐진 절경은 금강유원지다. 험준한 산자락 아래 흐르는 금강을 막아 만든 소수력발전소 주변은 옥천 산하의 절경이 있으며 여울낚시를 즐기는 낚시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원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에는 사랑의 자물쇠가 가득 매달려 있다. 변치 않고 흐르는 아름다운 금강의 모습처럼 그 사랑도 변치 않길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정겹기만 하다.

체험·관광으로 거듭나는 4대째 80년을 이어온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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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을 대표하는 이원 양조장은 올해 농식품부가 '2017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했다. 80여년 세월동안 4대째 이어온 역사와 전통이 이유였다. 1950년대부터 사용해 오던 옛 시설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양조장은 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더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좋은 물이 있는 곳에 양조장이 들어선다는 말처럼 해방 전 1930년대 금강 변에서 시작된 이원양조장은 당시 술맛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대규모 지역 양조장이었다. 현재 강현준 대표의 증조부인 제1대 강재선 사장은 1930년 이원면 대흥리에 이원양조장을 최초로 세웠다. 그 후 70년 가까이 맥을 이어오다 올해 1월 강현준씨가 제4대 대표로 취임했다. 아버지인 제3대 강영철 대표가 노환으로 양조장 운영이 어렵게 되자 본업인 건설업을 접고 귀향해 가업을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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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양조장의 막걸리들(사진 위)과 강현준 대표.(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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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찾아가는양조장 SNS기자단 팸투어와 함께 김영만 옥천 군수가 참석한 현판식과 묘목 심기 등 뜻 깊은 행사도 열렸다. 김 군수는 "해외 유명 농업지역은 수대에 걸쳐 그 노하우가 전수되어 전통과 명예, 부를 모두 이루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했다"면서, "이원 양조장은 4대에 걸쳐 전통을 이어가며 고향을 지키고 우리 농산물 소비에 앞장서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새롭게 단장한 이원 양조장은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옛 모습은 그대로 살리고 시음장, 체험장을 완비했다. 막걸리를 직접 빚어보고 만든 막걸리는 포장해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물과 희석하지 않은 원주를 채에 걸러 직접 짜보는 체험도 가능해 가장 신선한 때의 막걸리를 마셔보고 만져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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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옥천 군수(사진 좌), 강현준 이원 양조장 대표(사진 우)가 함께 묘목을 심으며 '2017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을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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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도 두 종 추가해 총 세 종의 막걸리를 양조장에서 맛볼 수 있다. 그중 시 <향수>와 같은 이름의 '향수' 막걸리도 있어 눈에 띈다. 일반에는 유통하지 않고 오직 주문 생산 방식으로만 판매하는 무첨가 프리미엄 막걸리도 현재는 오직 양조장에서만 맛볼 수 있다.

옥천은 자타공인 묘목의 고장이다. 전국 묘목 생산량의 60%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유통량 기준으로는 70%에 달한다. 비결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독특한 토질에 있다. 일반적으로 묘목은 이곳에서 키워 어딘가로 옮겨심기 위한 것이다. 이때 어떤 토질에 옮겨 심어도 잘 자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옥천군 일대는 모래입자와 점토 함유율이 많은 '사질양토(砂質壤土)'지대로 배수가 잘 되며 토양이 비옥하여 묘목에 잔뿌리가 많이 생기고 추위와 병충해에 강하다.

김영만 군수는 강현준 대표와 기념식수를 하며 묘목의 고장으로서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 군수는 “옥천은 사양 토질에 뛰어난 접목 기술로 좋은 품질의 묘목이 많이 생산된다”면서 “봄철 묘목축제를 비롯해, 옥천군에서는 계절 상관없이 관련 정보를 상담 받을 수 있고 묘목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옥천 이원양조장
주소 충북 옥천군 이원면 묘목로 113 양조장
전화 043-732-2177

체험 및 견학 안내

최소 5명 이상 사전 예약
체험비용 5000원~1만500원
소용시간 강의 및 체험시간 포함 코스별 약 2시간

옥천군 관광정보
옥천군 블로그 blog.daum.net/okoc
옥천군 페이스북 www.facebook.com/yourokcheon

[글/사진=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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