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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근원물가 1%대서 정체… 유가상승에도 '저물가' 고심하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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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추세적 인상 힘들듯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를 넘보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 특성상 원유 수입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가격 변동이 큰 석유류.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1%대에서 정체돼 있다.

금리인상을 위한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물가를 꼽고 있는 한국은행은 이 같은 근원물가 움직임을 근거로 유가상승에도 물가상승세가 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일 한은 모형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구간 기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를 0.2%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배럴당 가격이 높아질수록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기간 연장 기대감과 함께 중동의 정치불안 사태가 더해지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국내 석유가격에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는 최근 2년4개월 만에 60달러대를 돌파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며 2년5개월래 최고가를 찍었다.

이 같은 상승세에 국제유가 70달러대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경우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전망치(1.9%)를 넘어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인 2.0% 진입도 산술적으로 가능한 셈이다.

현재 국내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다. 더욱이 도시가스 요금, 곡물 수입가격 등도 간접적으로 유가의 영향권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근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중동으로부터 원유 대부분을 수입한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우리 경제의 물가상승 압력도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은 앞서 지난 10월 수정경제전망 발표 전까지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 초반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추세적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면서도 최근 유가급등 사태를 야기한 중동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내년 1월 국제유가 전망치를 새롭게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중동 지역 이슈들이 부각되면서 국제유가가 단기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세적 상승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헤드라인(표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더라도 근원물가상승률은 1%대 초·중반에서 정체되고 있다. 경기개선세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은의 금리인상 결정에 고민을 더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통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측정할 때 근원물가상승률에 큰 비중을 둔다.

더욱이 현재로선 미국산 셰일가스 증산과 미 달러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유가의 상방압력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움직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한은이 추세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금융통화위원들이 근원물가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가 상승해야만 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좀 더 크게 완화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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