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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정부, 벤처에 30조 투입"…이번엔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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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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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입니다. 지난주에 정부가 30조 원이라는 큰돈을 모아서 벤처 회사들을 키우겠다는 발표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30조 원이면 이거 어마어마한 돈인데 들은 기억이 안 나시죠? 사실 저희도 그렇고 언론들이 그렇게 열심히 보도를 안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거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아서 그런데 전 정권, 전전 정권도 다 몇조 원씩 들여서 벤처 키우겠다고 했었거든요. 그때 얘기 들어보시죠.

[2008년 : 벤처기업의 창업에 대한 지원을 늘렸습니다.]

[2014년 : 벤처 창업기업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그런데 모두 아시다시피 저렇게 말하고 돈은 썼다는데 그 돈 받아서 쑥 커서 사람 많이 뽑는다는 회사 잘 모르겠고,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말 역시 못 들어본 그런 상태입니다.

그러면 지난주에 새로 발표한 건 전에 나왔던 거와 뭔가 확 달라졌느냐, 내용 보면 사실 거의 비슷합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정권만 바뀌었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발표하는 공무원들은 사실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기 때문에 답안지 앞에 표지만 갈아 끼우는 느낌이랄까요.

맨 앞에 액수만 몇조 원 이 숫자만 조금 다르고요. 속에는 별게 다른 게 없어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까 정부가 또 벤처에 돈을 댄다 이런 기사가 나오니까 인터넷에 대뜸 나오는 반응은 "저걸로 또 재미 보는 사람이 있겠네, 눈먼 돈 챙기는 사람 있겠네." 이런 불신 쪽입니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건 또 맞습니다. 정부가 관리히는 각종 기금에서 벤처 회사들 도와주는데 지난 5년 동안 집계를 해보니 자본금이 0, 혹은 그 이하로 아주 부실한 회사에 빌려준 돈이 무려 9조 4천억 원이나 되고요.

그중에 이미 사고가 나서 못 받게 생긴 돈이 1조 8천억 원에 앞으로 얼마가 더 이 돈이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공부할 생각 없는 학생은 학원비나 책값 줘봐야 엉뚱한데 씁니다.

진짜 공부하려는 학생들도 같이 의심받게 되거든요. 이런 거 과연 다 고치고 또 30조 원 이야기 하는 거냐 하는 생각이 사실 들죠.

전에 벤처 경제로 유명한 이스라엘에 취재를 갔던 적이 있는데 거기서 "저렇게 돈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구나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구나." 느낀 점이 있습니다.

우선 벤처 중에 옥석을 가리고 싹을 틔우게 도와줄 전문가들을 많이 길러내야 됩니다. 이게 말로 하면 확 안 와닿는데, 마침 저희 SBS에서 하는 방송 중에 비슷한 딱 이거다 싶은 게 있습니다.

금요일에 하는 백종원의 푸드트럭입니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장사를 못 하는 사람들한테 백종원 씨가 가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죠. 이걸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벤처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할 때 여러 가지 문제를 겪게 되거든요. 아이디어는 있지만, 회계 문제나 해외 진출이나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건 정부가 해줄 수도 없는 거고요.

백종원 씨 같은 육성 전문가가 이스라엘엔 굉장히 많습니다. 또 육성 전문가가 정말 필요한 이유가 좋은 회사 잘 되게 만드는 건 비교적 쉬운 일입니다.

그런데 가능성은 있는 데 실패하는 사업가를 골라내서 이 전문가들이 책임지고 두 번 세 번 기회를 줘서 결국, 성공을 시킵니다. 이스라엘 벤처계에 백종원 씨 같은 사람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토드 돌린저/창업투자사 회장 : 우리는 전적으로 실패 경험이 있는 사업가에게 투자합니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니까요. 기업가만 훌륭하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재투자합니다. 그것이 이스라엘 문화의 큰 장점입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결국은 같이 일을 해서 성공하면 돈을 나눠 갖는 걸로 보상을 받죠. 우리는 벤처를 하려고 해도 저런 멘토 찾기도 굉장히 어렵고 한 번 실패하면 집안이 쫄딱 망해서 같이 재기도 못 하는 이런 구조를 바꿔줘야 합니다.

돈을 30조 원 투자하는 거 이상으로 정부가 이런 부분에 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전하고는 다르게 잘 좀 해보자고 노파심에 한 마디 드려봅니다.

[김범주 기자 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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