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KIA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하>톱니바퀴처럼 V11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KIA 양현종이 26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예방주사 제대로 맞았죠.”

한국시리즈(KS) 5차전을 앞둔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대진 코치는 묘한 팀 분위기를 한 마디로 정의했다. 정규시즌 종료를 10경기를 남겨둔 지난 9월 19일 2위 두산에 2.5경기차로 쫓겨 우승을 장담하지 못할 때를 떠올렸다. 두산은 불과 7경기만 남겨둔 터라 체감상으로는 0.5경기 앞선 불안한 1위였다. 10경기에서 6승 4패를 거두며 5승 2패에 그친 두산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그 10경기가 매 경기 KS 7차전이었다는 게 선수단의 공통 의견이다.

KS에서 인상적인 볼배합으로 투수들을 이끈 포수 김민식은 “10월 1일부터 수원에서 치른 kt와 3연전은 정말 지옥 같았다. 첫 경기에서 대패한 뒤 소위 ‘멘붕’에 빠졌다. 그런데 (양)현종이 형과 헥터(노에시)가 눈빛부터 타자들을 제압하며 완벽한 투구를 해줬다. 현종이 형이 20승을 따낸 뒤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오히려 우승을 확정했던 정규시즌 최종전은 편하게 치렀다”고 돌아봤다. 김민식은 KS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양현종의 완봉 역투로 2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승승장구, 5차전 7회초까지 7-0으로 앞서 우승을 확신했다. 하지만 믿었던 헥터가 연속안타를 맞으며 흔들렸고 6점을 헌납해 역전 위기에 몰렸다. 양현종이 9회말 마운드에 오른 1사 1루에서 조수행의 기습번트를 3루수 김주형이 악송구를 했다. 시나리오대로 허경민을 고의성 짙은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세혁, 김재호를 유격수 플라이와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우승이라 자신이 포구한 우승 기념구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조차 못할 정도였다.

스포츠서울

KIA 양현종이 30일 열린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1점차에 등판 세이브를 따내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고 포수 김민식과 포옹 환호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김민식은 1사 2, 3루가 되는 순간 “X 쌀뻔했다”며 웃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3연전에 느꼈던 긴장감을 KS 마지막 순간에 다시 느낀 셈이다. 그는 “그 순간에는 투수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박세혁이 좌타자이고, 김재호 선배는 타격 컨디션이 안좋았기 때문에 자신있었다”고 말했다. KS를 치르면서 직접 타자들의 컨디션을 체크한 점도 있지만 전력분석팀의 자료도 힘이 됐다. KIA 박흥식 타격코치는 “올해 KS 우승은 상대 주축 선수들의 슬럼프와 우리 전력분석팀의 도움으로 일군 성과”라고 말했다.

박종하 전력분석코치는 준플레이오프부터 김상훈, 김민우 코치와 함께 전경기를 살폈다. 특히 두산이 치른 플레이오프는 말 그대로 현미경 분석을 했다. 박 코치는 “두산 타자들에게는 장타를 맞더라도 몸쪽으로 깊숙히 찔러야 하고, 상대 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변화구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면서도 “전력분석과 별개로 선수들의 의지가 만든 우승”이라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팀 색깔을 바꾼 KIA는 전력분석팀의 보고서를 꼼꼼히 숙지해 KS에서 활용했다.

스포츠서울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 3루 주자 김주찬을 런다운으로 몰다가 태그에 실패해 선취점을 내준 뒤 아쉬워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양현종이 말한 ‘우주의 기운’은 자신이 완봉승을 따낸 순간 기적처럼 찾아왔다. 경기 운이 따르지 않아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던 2차전 8회말 1사 1, 3루에서 베테랑 포수 양의지가 순간적인 판단실수로 결승점을 헌납했다. 양현종은 “정말 운이 많이 따른 완봉승이었다. 호수비도 큰 도움이 됐고 두산 타자들이 실투를 놓쳐 흐름을 탔다”고 말했다. 3차전 승리 주역인 KIA 나지완은 “선발 라인업을 수 차례 바꾸길 반복하다 결국 벤치에서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속으로 울컥했다. 두고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타석에 들어갈 때 배트를 짧게 잡고 최대한 맞히자는 기분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5차전 실책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뻔 한 김주형도 “(양)현종이가 아니었으면 이민갈 뻔 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우승 소감을 풀어놓은 선수단은 단 한 명도 “내가 잘해서 이겼다”는 농담 한 마디를 던지지 않았다. 구성원 전체가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내’가 아닌 ‘우리’의 승리라고 생각하는 진심, ‘팀 타이거즈’가 강팀이 된 진짜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