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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낙태죄 폐지 찬반론, 여성 인권 '존중vs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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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한 수술 후 항의 못 하는 경우 많아"
"형법 유지하면서 피임 교육 강화 필요"

아시아경제

29일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 동의 인원이 20만 명을 넘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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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임신중절수술(낙태)의 죄' 폐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형법 제269조와 270조에 따라 낙태는 불법이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코너에 등록된 낙태죄 폐지 관련 글은 '현행법은 여성에게만 낙태의 책임을 묻고 있다'며 '자연 유산 유도약(미프진)을 합법화 해달라'고 요청했다. 23만명이 참여한 이 글은 30일 이내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 등의 공식 답변을 받게 된다. 소년법 개정 청원에 이어 두 번째다.

낙태 추정 건수는 2005년 34만2433건에서 2010년 16만8738건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는 가임기 여성 수가 줄었기 때문으로 불법적인 낙태 시술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낙태 폐지 논란 찬·반 양론 팽팽=낙태죄 폐지를 놓고 찬성과 반대 의견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1995년 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을 하지 않았던 낙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제269조①을 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로 돼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현행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낙태 사실을 알리겠다며 관계 유지를 강요받거나 금전적 요구 등 협박 받는 사례도 있다"며 "찝찝한 수술 후에 항의를 못 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미프진은 중국, 대만, 베트남, 캐나다 등 61개국에 승인돼 판매 중"이라며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안전성 효과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폐지가 오히려 여성의 인권이 박탈 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은 "아이를 낳기 원하는 친모나 친부가 상대방이나 가족의 낙태 요구가 있을 때 법적으로 보호 받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가 어려워진다"며 "낙태를 문제의 해결책으로만 삼는다면 사회경제적인 문제는 더 해결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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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게티이미지뱅크)


낙태반대운동연합회는 형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신에 피임 교육을 강화하고 여성이 아이를 낳고서도 잘 기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태죄 관련 판결도 엇갈려= 낙태를 시술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법적 처벌도 엇갈린다. 최근 41차례에 걸쳐 낙태 수술을 한 의사가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의 선고를 유예 받았다. 낙태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가볍게 볼 수 없고 임부들이 낙태를 원한 만큼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징역형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지법 형사2부(김양희 부장판사)는 업무상 촉탁 낙태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49·여)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는 한편 징역 8월 및 자격정지 1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동안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되는 제도다.

그러나 2013년 의정부지법 형사6부(이광영 판사)는 임신 20주 태아의 낙태시술을 한 혐의로 의사는 징역 6월과 자격정지 1년을, 여성에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부분 낙태죄 처벌은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낙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270조 1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했다.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은 4대4로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산부의 낙태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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