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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생리대 시험했던 김만구 교수 "식약처의 생리대 시험은 대국민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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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안전하다" 검사 결과 정면 반박

"생리대 200분의 1개 방출분량으로 판단한 엉터리"

"실험 방법도 잘못돼" 주장

조선일보

/연합뉴스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를 받아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을 했던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리대 시험 결과 발표는 제2의 대국민 사기”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식약처가 진행한 생리대 방출물질 시험 전반에 관한 내용을 자신이 실시했던 시험과 비교하며 식약처의 생리대 시험방법이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이 같이 말했다. “식약처의 시험방법을 검토해봤더니 엉터리였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지난달 28일 식약처는 생리대에 들어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10종의 인체 위해성을 살펴본 조사 결과에서 "안전성에 문제없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VOCs의 피부 흡수율을 100%로 가정하고 하루에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생리대를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밝힌 검출시험 방법은 이렇다. 우선 상온에서 생리대를 잘게 자르고 초저온으로 동결 분쇄했다. 그리고 생리대 소량을 고온으로 가열하고 생리대에서 나오는 VOCs를 측정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검출시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시험을 하면서 생리대를 가로·세로 약 0.5㎝ 크기로 잘랐는데 상온에서 자르는 것만으로도 VOCs가 없어진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의 따르면 VOCs는 끓는 점이 낮은 유기화합물이기 때문에 상온에서 자르게 되면 쉽게 휘발하는 성질이 작용해 VOCs 일부가 날아간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식약처는 자른 생리대를 냉동분쇄기에 넣어 분쇄하고는 실온에서 30~40분간 생리대를 내버려뒀다. 식약처는 지난 17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상온에서 쉽게 VOCs가 날아가는 특성을 고려해 생리대를 낮은 온도에서 얼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자 위증"이라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식약처가 행한 진처리과정은 농약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추출하기엔 적합하지만, VOCs의 전처리과정으로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연합뉴스


식약처는 분쇄한 생리대 O.5g을 20㎖ 유리 약병에 넣고 120도로 가열했다. 그리고 약병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체 상태의 유해 물질 20㎖ 중 1㎖를 분석기에 넣어 분석했다.

이에 김 교수는 "생리대 1개가 약 5g인 것을 고려하면 식약처가 진행한 방법은 10분의 1개의 생리대를 약병에 넣은 것이며, 또 약병에서 나온 20㎖의 유해물질 중 20분의 1인 1㎖만 분석한 것은 결과적으로 생리대 200분의 1개에 해당하는 매우 소량을 분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극소량만으로 생리대 유해물질 분석을 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와 "유해하지 않다"는 식약처의 주장은 잘못됐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나는 생리대 8개를 20ℓ짜리 통에 넣고 이 중 기체상태의 유해물질 3.9ℓ를 농축한 후 분석기에 넣어 시험했다"며 "생리대를 자르지도 냉동 분쇄하지도 않고 실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게 포장만 벗겨서 시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분석기에 생리대 1.5개를 넣고 검사하는 것과 같다. 식약처는 내가 시험한 것보다 300분의 1에 해당하는 양으로 시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극소량의 생리대만으로 불검출 결과를 내는 것은 식약처의 전신인 식약청이 19년 전 컵라면에서 환경호르몬이 불검출됐다고 발표한 후 번복한 사건의 상황과 똑같다"며 "이런 '눈속임 시험'을 하는 것은 식약처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각종 오염물질에 관한 사건을 대처하는 정부 부처의 적폐"라고 지적했다.

[안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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