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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정부 알선으로 호주 취업한 청년들, 최저임금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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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감]호주 K-MOVE 사업체 10곳,노동법 위반 제소

최저임금 위반·부당해고·욕설 등…손 놓은 산업인력공단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재 기자] 우리나라 청년들이 ‘청년 해외취업지원사업’(K-MOVE)의 지원을 받아 취업한 호주 기업 241곳 중 최소한 10곳은 호주의 노동법을 위반한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현지 업체들에 대한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주의 한인청년 커뮤니티인 ‘KOWHY’의 제보를 받고 산업인력공단의 호주 241개 K-MOVE 해외취업 사업장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K-MOVE 사업은 국내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을 해외로 파견해 취업을 지원하는 정부사업이다. 2013년 도입돼 올해 8월까지 약 5년간 1만 3581명을 일본과 미국, 싱가포르, 호주, 베트남 등으로 파견했다.

이번에 밝혀진 10곳 중 3곳은 호주의 정부기구인 ‘공정노동옴부즈만’(FWO)의 조사 결과 ‘공정노동법’(FWA) 위반으로 연방순회법원에 제소돼 이미 벌금형 등 처벌을 받은 곳이다. 나머지 7곳도 제제대상 혹은 조사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FWO는 근로감독청에 해당하는 기구다.

이들 업체는 주로 호주의 법정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해 제소됐다. 2015년 뒤 호주의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18.52달러(1만 6070원) 수준이다. 8곳은 취업한 한국 청년들에게 ‘연수’를 명목으로 시급 11~12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법상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호주에서는 정식실습과정으로 등록한 경우에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다. 심지어 이들 업체 가운데 3곳은 취업을 위해 찾아온 한국 청년들에게 예치금 명목으로 임금을 갈취한 경우도 있었다. 또 학생을 파견한 대학의 교수가 고용주 말을 듣지 않는다며 욕설을 한 경우도 드러났다.

사업관리를 맡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학생들에게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도록 안내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호주가 취업비자 취득이 어렵다보니 산업인력공단도 취업비자가 아닌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권고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사업의 목적이 취업지원인데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권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청년들이 취업한 현지의 한국계 사업장은 대부분 영세해 취업비자를 내줄 여력도 없고 청년들을 ‘인턴’ ‘수습’으로 취급하며 제대로 된 노동권이나 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서형수 의원은 “정부가 예산으로 해외취업을 지원한다면 앞으로 업체들 관리와 청년 지원자들의 사후관리에 면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해외취업지원 사업에서 현지의 청년 커뮤니티들과 협력해 문제 사업장과 노동법 위반 등 피해를 대처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법을 위반한 업체 중 9곳은 한국인이 대표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서형수 의원의 설명이다. 의원실에서 241개 호주의 K-MOVE 업체 목록을 전수조사한 결과 163곳에 한국인이 사업주로 있는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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