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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최저임금 인상 감당 힘들어'…벼랑끝에 몰린 서대문구 아파트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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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경비용역 주민투표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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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감원 반대 서명운동


입주자대표회의 "최저임금 인상에 年 4억 더 들어"

주민투표서 입주민 67% "경비원 22명 감원 찬성"
구의원 "주민투표 과정 불공정"…투표 무효 주장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경비원을 절반 가까이 줄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민들이 경비원 47명의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정원을 53% 수준인 25명으로 감원하자는데 의견을 모으자 이곳에 사는 구의원이 투표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아파트는 감원을 주민동의서로 결정하려다 구청으로부터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26일 서호성 서대문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서대문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주민투표로 경비원의 감원을 결정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달 12~15일 나흘간 '경비용역 체계 변경에 따른 주민의견수렴투표'를 진행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매월 3600만원씩 연간 4억3200만원가량 인건비가 더 든다는 게 주된 이유다. 서울시와 희망제작소가 지난해 6월 서울시내 아파트 108개 단지의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경비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23.6시간이었다. 업무특성상 시급의 1.5배가 적용되는 야간근무가 많아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

투표에는 전체 1509가구 가운데 965가구가 참여했다. 총 3가지 경비용역 운영방안중 정원의 649가구가 경비원을 현재 47명에서 25명으로 줄이자는 의견(3안)에 찬성했다. 입주민의 67%는 가구당 약 2만4000원씩 더 부담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현 정원을 유지하자는 1안에는 149명, 정원을 유지하되 무급 휴식시간을 늘려 경비비를 아끼자는 2안엔 153명이 각각 찬성표를 던지는데 그쳤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투표를 위해 한달간 연장된 기존 경비원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12월1일부로 이들로부터 한꺼번에 사표를 받은뒤 47명에서 22명 줄어든 25명의 경비원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에대해 서호성 구의원은 "투표공고가 투표 하루전 이뤄져 주민 상당수가 1안부터 3안까지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치러진 '깜깜이 투표'였다"며 "선거관리위원회도 없는 상황에서 투표관리 요원으로 아르바이트 요원을 고용하고 이들을 통해 3안을 찍도록 종용했다"고 지적했다.

사전에 투표 내용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고용을 유지하자'는 안이 1·2안으로 분산되면서 '경비원 해고' 쪽으로 의견이 쏠렸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서 구의원은 이같은 이유로 지난 19일 서대문구청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21일부터는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구청 차원의 감사를 청구하기 위한 입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서울시 관련 조례에 따라 전체 입주자 중 10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는 "경비원 정원을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1~2안에 찬성하는 입주자를 합쳐도 3안 찬성 입주자의 절반이 채 안 된다"며 "서 구의원도 주민투표를 앞두고 고용 유지안이 3안에 못 미치면 승복하겠다고 했는데 1인 시위를 하고 있어 다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해고되는 경비원 중 일부를 영선(營繕) 업무 담당자로 채용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번 투표 때 법 개정으로 경비원에게 시킬 수 없게 된 분리수거 등 허드렛일을 맡길 관리원 7~10명을 고용하기로 했는데, 이를 기존 경비원들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관할구청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이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대문구 주택과 관계자는 "구의원이 투표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에선 엄격한 의미에서의 선거가 아니라 주민의사를 물어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결정해 시행한 것"이라며 "법적 선거는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을 뽑는 일 외엔 선거로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지원하기로 했다"며 "아파트 경비원은 특히 신경을 많이 쓰겠다"고 답한 바 있어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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