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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文 대통령 노동계와 '추어탕' 만찬..민주노총 불참 반쪽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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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노총 지도부에 외국정상급 예우, 복분자주·가을전어 '기력회복' 의미]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노동계 대표단 만찬 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10.24.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한국노총 지도부를 포함, 노동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노동계와는 첫 간담회다. 문 대통령은 추어탕, 가을전어 등을 함께 먹으며 노동계를 '파트너'로 존중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단 노사정위에서 빠진 민주노총의 지도부가 이날 만찬에도 불참, 노동계 전체를 아울러 만나려는 구상은 반쪽 실현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한국노총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6시30분부터 산별 노조 대표자들까지 초청한 만찬을 잇따라 가졌다.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 환담에는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박대수 부위원장, 이성경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청와대와 정부에선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등이 배석했다.

노·정·청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마련 기조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거나 법개정이 안되면 행정해석을 고쳐서라도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양대 지침(일반해고 허용·임금피크제)도 폐기했다. 한국노총이 문 대통령을 포함, 노사정 8자회의 구성을 요구한 데에 청와대는 부정적 입장이다.

이어진 만찬에는 한국노총 소속 윤영인 핸즈식스·고암에이스 화성지역노조 위원장, 김영숙 국회환경미화원노조 위원장, 허정우 SK하이닉스 이천 노조 위원장,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미가맹 노조를 대표해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준이 사회복지유니온 위원장이 초청됐다. 민주노총에선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만 참석했다.

만찬 대화의 주제는 초청대상 노조의 특징에 그대로 드러난다. 자동차 휠 제조업체 핸즈식스는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의 모범사례, 하이닉스는 협력업체 지원 부문 모범사례다. 국회환경미화원노조는 선도적 정규직 전환모델, 금융노조는 일자리 창출 사업이 인정받았다. 사회복지유니온 청년유니온은 청년과 사회복지 종사자 등 '노동취약계층'을 지원해 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는 메뉴와 장소 선정 등에 의미를 담았다. 환담에는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 이름붙은 홍차를 냈다. 본관 접견실은 국가정상급 외빈을 만날 때 쓰는 곳이다. 청와대는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세계 정상에게 선물하기 위해 제작중인 홍차"라며 "장소선정은 노동계 예우 차원"이라 밝혔다.

만찬 메뉴는 추어탕이다. 80여년 역사를 지닌 청계천 인근 무교동 소재 '용금옥'에서 공수했다. 반찬은 가을 전어, 건배주는 전북 고창 복분자주다. 청와대는 "추어탕은 공동체의 음식이자 상생화합의 음식으로 노동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청계천을 중심으로 먹은 보양식"이라 설명했다. 고창 복분자주는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였다. 추어탕, 복분자에는 기력회복이란 뜻도 담았다.

일각에선 가을 전어에 대해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희망하는 뜻으로 봤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수식어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끝내 불참, 노동계 전체를 아우른다는 취지는 퇴색했다. 청와대는 민주노총 소속 서울지하철노조·보건의료노조 등도 참석명단으로 공지했으나 이들은 노총 지도부와 함께 불참을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앞서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몇 달간의 민주노총의 진정성 있는 대화요구를 형식적인 이벤트 행사로 만들며 파행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민주노총이 불참선언을 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오늘 행사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양대 노총 대표단과 노동시간 단축, 사회적 연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차별해소 등에 모범을 보여 온 산별·비정규직·미가맹 노조 등을 초청해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코자 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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