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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2038년까지 원전 24→14기로”… 탈원전 본격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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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각의서 심의·의결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 공식화 / 매몰비용 여유재원으로 보전 방침 / 한수원 사업구조도 ‘해체’ 위주로 개편 / 신규 원전 백지화 법적근거·보상 불명확 / 정부·한수원 ‘책임 떠넘기기’ 가능성 / 월성 1호기 폐쇄 시점도 적시 안 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25일 0시 재개됐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로드맵’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정부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계획과 함께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이 포함된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

세계일보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왼쪽)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방침과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문 대통령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탈원전·탈석탄·신재생 확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민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후속 조치 과정에서 공론화위 권고를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당초 예상대로지만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실행 방향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다. 탈원전을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밀어붙이기’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에 따른 보상도 정부와 한수원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를 보여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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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원전 10기 줄인다

정부는 국무회의 후 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브리핑을 통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안대로 원전을 축소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는 그동안 정부가 밝힌 에너지정책 내용이 공식화됐다. 탈원전 방침 아래 감축 대상이 된 원전은 아직 허가받기 전인 신규 6기, 수명연장을 금지한 노후원전 14기, 조기폐쇄 방침을 밝힌 월성 1호기 등이다. 2017년 현재 24기인 이들 원전을 2031년 18기, 2038년 14기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게 로드맵의 골자다. 매몰비용은 관계부처 협의 및 국회심의를 거쳐 기금 등 여유재원으로 보전하되 필요 시 법령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로드맵은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기 위한 추진방안을 연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에너지전환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과 산업이 연착륙할 보완 대책,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할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추진, 한수원의 사업구조를 원전 안전운영과 해체산업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방향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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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의 모습. 이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에 `건설 재개`를 권고했다.


◆감축 목표 못박았지만 구체적 대책은 미흡

이번 로드맵은 ‘원전 제로 시대’로 가기 위한 축소 대상과 규모는 확정했지만 보다 진전된 대책은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러 쟁점 해결 과정에서 갈등과 공방이 계속될 것이란 의미다.

특히 신규원전 백지화에 대한 법적 근거, 법정 공방 중인 월성 1호기의 폐쇄 시점 등을 정부가 이번에도 명확히 적시하지 않은 것은 논란을 부를 것이란 지적이다.

질의응답 때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월성1호기 폐쇄 시점은) 8차 전력수급계획이 나온 시점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만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법원에서 판단 중인 월성1호기 폐쇄 여부를 정부가 어떻게 중단시킨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중단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리 말씀드리면 논란이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가장 민감한 주제이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보상 과정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은 없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백지화할 신규원전 6기에 투자된 비용이 기존에 알려진 3400억원이 아닌 1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백 장관은 신규원전 투입비용 보상 계획에 대해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투자비용의 산술 근거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확한 계약사항을 보고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범위 내에서, 보상 주체는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이어갔다.

보상 문제의 경우 공론화 기간 공사가 일시중단됐던 신고리 5·6호기에서도 갈등의 씨앗이 생겨나고 있다. 이날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공사 중단 비용을 정부에 청구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밝힌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 후속조치에는 ‘일시중단 기간 지출 비용은 한수원이 보상할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탈원전 정책의 지속성을 강구할 방안도 로드맵에는 제시되지 않았다.

정지혜·홍주형·유태영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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