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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법원이 사직 종용했다”는 전직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상대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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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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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연임심사에서 ‘부적격’ 통보를 받고 사직한 전직 판사가 전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이 연임부적격자로 판단한 근거가 부족하고, 연임부적격 사유를 내세워 사실상 자진 사직을 종용했다는 취지다.

전직 판사 ㄱ씨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등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지난 6월 법원에 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ㄱ씨가 대법원으로부터 연임부적격 통보를 받았을 당시 각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부장판사는 24일 ㄱ씨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ㄱ씨는 자신이 법관 재직 당시 연임부적격자로 결정될 합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ㄱ씨에 따르면, ㄱ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 ‘법관연임희망원’을 제출했다. 헌법에 따라 판사의 임기는 10년이다. 임기를 마친 판사는 대법원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받아야만 연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ㄱ씨는 그해 12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돼 연임부적격자로 의결됐다”는 법관인사위의 통보를 받았다. ㄱ씨는 연임부적격 판단의 근거가 된 ‘법관평정표’ 내용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을 뿐더러, 그 자체만으로도 연임부적격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지난해 2월 법관인사위에 출석해 연임부적격 판단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ㄱ씨는 또 “대법원이 앞서 제출한 법관연임희망원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사실상 (임기 만료 직전에) 자진 사직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2015년 12월 당시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이 연임부적격자임을 통보하며 ‘법관인사위에서 종전 결정이 반복된 전례는 전무하다. 불복하지 말고 연임희망을 철회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ㄱ씨는 “지난해 2월에는 ‘근무성적 불량을 이유로 불연임발령을 내면 좋을 게 없고, 법원행정처도 국정감사 때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있으니 의원면직 신청을 했으면 좋겠다’는 인사총괄심의관의 전화를 받았다”라고도 했다. 결국 ㄱ씨는 이 같은 법원행정처의 요구에 따라 임기만료 직전인 지난해 2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ㄱ씨는 “대법원이 사실상 의원면직 신청을 종용해 강제 퇴직한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ㄱ씨의 주장에 대해 “법관인사위의 심의를 거쳐 결정됐고, ㄱ씨가 이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인사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 ㄱ씨는 자신에 대한 연임부적격을 의결한 두차례의 법관인사위 자료 일체를 대법원이 제출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ㄱ씨는 이 자료들에 대해 “핵심적인 증거다. 법관인사위에서 연임부적격을 의결한 게 올바른지 알 수 있다”며 제출을 요구한 취지를 설명했다. ㄱ씨는 또 대법원이 보관하고 있는 자신의 법관평정표도 제출 받아달라고 했다.

ㄱ씨는 “피해배상보다도 다시는 헌법상 신분이 보장된 법관이 억울하고 부당하게 퇴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고자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ㄱ씨의 두번째 재판은 오는 12월5일 열린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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