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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800원 미납에 8800원 부과” 민자고속도로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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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 사는 이모씨는 최근 황당한 우편물을 받았다. 지난 8월4일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통행할 당시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은 미납 통행료 800원에 10배의 부가통행료가 붙어 8800원이 부과된 통지서였다. 이씨는 “차량에 후불식 하이패스를 장착하고 있어 8월 4일 당일만 해도 네차례 톨게이트를 지나는 동안 세 차례는 정상적으로 통행료가 납부됐다”며 “고속도로 하이패스 시설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의도적인 먹튀도 아닌 단순 기기 오류로 인한 미납 운전자에게까지 10배의 가산금을 부과하는 것은 횡포 아니냐”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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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고속도로 운영사가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미납한 운전자를 제재하는 유료도로법을 근거로 통행료의 10배에 달하는 부가금을 남발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용인서울고속도로 운영사인 ㈜경수고속도로는 통행료 미납이 발생하면 1, 2차 일반 우편물로 고지 후 3차에 통행료의 10배를 부가통행료로 부과하고 있다. 이씨의 경우 8월 10일과 9월 7일 각각 통행료 800원을 내라는 1, 2차 안내를 받은데 이어 두달뒤인 이달 12일 3차 독촉장을 통해 10배의 부가금까지 부과받았다. 3차 독촉장 뒷면에는 ‘유료도로 미납통행료 및 부가통행료 납부독촉 안내’를 통해 유료도로법에 의거 10배의 부가금이 부과됐다는 안내가 있으나, 1·2차 안내문 뒷면에는 이런 내용도 없었다.

민자고속도로 운영사의 경우 현행법상 강제 징수권한이 없다 보니, ‘내면 좋고 안내도 그만’이란 식으로 일단 부가금을 부과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수고속도로측은 유료도로법 제20조 및 시행령 제14조를 근거로 들어 미납통행료의 10배에 해당하는 부가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료도로법 제20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내지 아니한 경우’ 10배의 범위 안에서 부가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은 세부적인 부과 대상을 시행령으로 정해놨는데, 문제는 시행령이 모법의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포괄적이라는데 있다. 동법 시행령 제14조는 5가지 항목을 들어 대상자를 규정한다. 1∼4항까지는 법률에서 정한 바와 같이 ‘기계 장치를 변조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면탈한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5항은 ‘그밖에 통행료를 납부하지 아니하고 유료도로를 통행하는 행위’라고 돼 있다. 이 조항은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면탈하려는 운전자 외에 기기 오작동으로 통행료 징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실수로 미납금 납부기간을 넘긴 선량한 운전자까지 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는 셈이다.

경수고속도로 관계자는 “부가금 부과 규정을 세부화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나 아직 구체화하지 못한 상태”라며 “선량한 운전자가 의도적인 통행료 미납자로 몰릴 수 있어 3차 고지 후엔 이의신청 기간을 두고 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오류 코드 등을 확인해 부가금 부과를 취소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일부 민자고속도로 운영사가 미비한 규정으로 10배에 달하는 부가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실태를 확인한 뒤 도로공사의 세분화된 기준을 준용해 부가금 부과절차를 마련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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