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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조덕제 성추행 논란' 여배우 편지 "경력 15년..연기와 현실 구분한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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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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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조덕제 성추행 사건' 여배우가 편지를 통해 자신의 심경과 해당 사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빌딩 조영래홀에서 '남배우A 성폭력' 항소심 유죄 판결 기자회견이 열렸다.

앞서 조덕제는 2015년 4월 저예산 영화 촬영 중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졌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여배우는 이날 현장에 오지 못 한 대신 편지를 한국여성민우회 측에게 전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에만 관심을 갖는 상황이 생겨 사건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편지를 전달하게 됐다는 것.

여배우는 편지를 통해 "이번 사건이 왜곡된 인식을, 영화계 관행으로 포장된 각종 폭력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연기자들이 촬영 과정에서 어떻게 성폭력에 노출되고 있는지, 대책은 무엇이 돼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경력 15년이 넘는 연기자다. 연기와 현실을 혼돈할 만큼 미숙하지 않고 현장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다. 그럼에도 촬영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성폭력을 당하게 되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다. 그제서야 왜 피해자들이 신고를 망설이는지 알게 됐다. 저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연기 경력 20년 이상인 피고인은 상대 배우인 제 동의 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상하체에 대한 추행을 계속했다. 연기에 있어 합의가 뭔가? 상대 배우의 신체에 위해가 가해될 수 있는 경우 상대 배우와 합의하는 것이 동의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연기를 빙자한 추행이라고 판결했다. 이런 것이 영화계 관행으로 옹호돼서는 안 된다. 저는 피고인을 무고할 어떤 이유도 없다. 당시 저는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인 배우 생활을 하고 있었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으며 연애도 하고 있었다. 비교적 평탄했던 제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불안 속에서 단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30개월이 넘는 법정 싸움을 하겠냐. 특히 위계 질서가 엄격한 영화계에서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피고인을 대상으로 말이다. 연기자로서, 강사로서 지키고 싶은 명예와 사생활을 잃을 수 있음에도 신고했다. 피고인이 밝힌 것처럼 자신의 가해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이런 지난한 사법 절차를 밟지 않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사건 직후 하차 의사를 밝혔던 피고인은 이후 하차 의사를 번복했고 주변의 침묵 압박이 더해지자 견딜 수 없었다. 명백한 기록이 남긴 영상을 영화로 남겨 대중에게 보일 수 없었다. 15년 경력 연기자로서, 강사로서 인권 유린을 참아넘길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조석제를 기소해 지난해 12월 열린 성추행 사검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무죄를 판결했다. 설사 신체 접촉이 있었다 하더라도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정당방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

하지만 2심인 서울 고등법원 형사 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감독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추행의 고의가 부정될 수 없고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됐다는 이유다.

먼저 조인섭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판결에 의미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주요부분에 있어 일관된 이상 이를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의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판결문이다. 영화촬영장에서의 연기 등으로 인한 추행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한 판결이다. 감독의 지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기 내용에 대해 피해자가 공유되지 않는 이상 연기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느 말로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우발적 행위었다 하더라도 강제 추행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강제추행이 인정되고 무고의 죄책까지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2년이 나온 부분은 아쉽다"고 전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는 "본 영화는 15세 관람가 멜로 로맨스 영화다. 피해자가 맡은 역할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다. 사건이 일어난 13번 씬에서 중요하게 표현되는 부분은 성적인 노출이 아닌,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 하는 인물의 모습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콘티에는 상반신, 인물의 얼굴 위주로 촬영하기로 돼 있었다. 촬영방식은 컷이 아니라 나눠지지 않는,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배우의 움직임에 맞춰서 찍는 핸드핼드 롱테이크다. 미리 예정돼 있던 대로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 NG가 날 가능성이 크다. 멍 분장 역시 어깨와 등 윗부분에만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노출이나 접촉이 예정돼 있다면 필수적으로 하는 소위 말하는 '공사'도 하지 않았다. 촬영하는 도중에 의상이 찢어진다면, 그리고 NG가 난다면, 촬영을 진행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면서 "메이킹 영상에서 피해자가 벽을 바라보고 서있고 가해자가 등 뒤에 있는 상황에서 접촉이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이러날 수 없는 피해자가 벽을 바라보고 서있고 가해자가 등 뒤에 있는 상황에서 접촉이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피해자의 움직임과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팔을 내려 하반신을 방어하는 것을 보아 아무런 접촉이 없었거나 어쩔 수 없이 스치키만 했다는 가해자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 촬영 영상에 담겨져 있는 합의되지 않은 가해자의 폭력이나 피해자의 상체를 노출시킨 행위만으로도 범죄다"고 덧붙였다.

김미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입대표는 "영화계에서 성폭력, 폭언, 성상납 등이 오랜 관행이라는 일므으로 자행됐다. 이번 판결은 관행의 고리를 끊는 유의미한 판결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적 자기 결정권은 존중돼야 한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의 결정에 환영하는 이 자리가 왠지 씁쓸하다. 공대위는 피해자를 1심 판결후에 만났다.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보이는 선입견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했기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사실이 알려지는 것들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서다. 사건 속으로 들어가면 성폭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만 성폭력 피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피해자와 공대위는 영화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고 결과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이러한 일들을 피해자 1인이 나서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재판부와 검찰이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수사해 판단하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항소심 결과의 유의미한 판단에도 양형의 판단에 아쉬운 지점이 있다. '피고인은 연기자로서 감독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순간적, 우발적으로 흥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계획적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양형 감형 이유를 판시했는데 가해자가 가진 왜곡된 성적 규범이나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들의 무시 태도를 우발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왜곡된 통념의 하나이며 지금껏 성폭력이 성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은 주요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본 사건은 앞으로 연기를 시작하는, 그리고 배우 활동 중에 있지만 부당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연기 생활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하에 참아왔던 많은 분들에게 용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저희들은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에서 더 많은 분들이 용기낼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여성영화인모임, 장애여성공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찍는페미, 평화의샘,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단체 주최로 열렸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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