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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사이버사 ‘낮 댓글, 밤 블로그’ 박근혜 당선되자 ‘2단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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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의원 입수 ‘국방부 2013년 예산집행’ 문건 확인

‘네이버 블로그’ 공작거점 활용…직급 막론 대거 개설 수당 받아

경향신문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심리전단 요원들이 2012년 대선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인 블로그를 집중적으로 개설해 ‘정치 공작’ 거점으로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작에 참여한 사이버사 요원들은 매달 25만원씩 수당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사이버사의 심리전이 이어지고 댓글이 블로그로 확장·진화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국방부 정보예산에서 활동비가 집행돼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사이버사 운영에 관여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68)도 알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입수한 ‘2013년 1월 자가 대외활동 예산집행 증빙서류(특별취급 문건·사진)’에 따르면,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 115명은 이 문건에 계급·성명·사이트명·블로그명·작전지역 등을 기입한 뒤 서명하고 1인당 25만원씩을 수령했다.

그해 1월 작성된 ‘현금 수령 확인내역’을 보면 심리전단 지휘부에 25만원(1명), 1과(부대 지원업무)에 375만원(15명), 1대(국내정보 수집)에 625만원(25명), 2대(댓글작전 수행)에 1225만원(49명), 3대(동영상 등 매체제작)에 275만원(11명), 4대(해외정보 수집)에 350만원(14명) 등 총 2875만원이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요원들에게 지급됐다.

블로그 정치 공작에는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을 포함해 직급을 막론하고 사이버사에 소속된 군인과 군무원들이 총동원됐다. 사이버사 요원들이 개설한 블로그는 네이버 108개, 다음 5개, 네이트 1개, 판도라 1개 등이다.

작전지역은 자가(자택) 78곳, 관사 21곳, 레스텔(군복지시설) 16곳 등으로 적시돼 있다. 주간이나 근무일에는 사무실에서 댓글 공작을 수행하고, 야간이나 휴일에는 주거지에서 블로그를 이용해 정치 공작을 벌인 것이다.

이들이 개인 블로그를 이용한 것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이트 등에 있는 정치적 글을 퍼담아 오거나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트위터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퍼나르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블로그 구독자들이 늘어나면 그 자체로 정치 공작의 전파성이 강해진다.

사이버사 요원들은 블로그 활동을 위장하기 위해 작명에 신경썼다. ‘아름다운 나라(5급·홍모씨)’나 ‘사는 이야기(7급·금모씨)’ ‘인생은 아름다워(상사·엄모씨)’ 등 일상생활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는 블로그들이 있었다. ‘영화와 팝콘(6급·차모씨)’ ‘사랑, 음악(7급·윤모씨)’ ‘아이러브EPL(8급·한모씨)’처럼 문화·체육 분야를 다루거나 ‘우린 중국어(8급·장모씨)’ ‘음악도 듣고 일어도 배우고(7급·유모씨)’처럼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인 양 포장하기도 했다.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대해부(7급·황모씨)’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중사·신모씨)’ ‘나홀로 속삭이기(중사·이모씨)’ 등의 이름도 있다.

댓글 공작을 진두지휘한 이태하 전 단장은 네이버에 ‘Albatross’라는 블로그를, 댓글작전을 수행한 심리전단 2대 책임자인 박모 대장(4급)은 네이버에 ‘마키아벨리 군주론’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경향신문이 해당 블로그들의 최근 행적을 조사한 결과 사이버사 댓글 공작이 들통난 2013년 말부터 대부분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일부에는 군이나 북한 관련 글이 남아 있지만 블로그 개설자를 군인이나 군무원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담겨 있지 않다. 삭제되지 않은 부분은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미끼용’으로 작성된 취미활동과 관련된 글들이 주류를 이뤘다.

김해영 의원은 “사이버사는 2013년 한 해 국방부로부터 블로그 활동에 사용할 명목으로 정보예산 6억8100만원을 배정받았다”면서 “첫 번째 댓글 수사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와 검찰단 수사에서 불법 SNS 활동의 실상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만큼 이번엔 제대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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