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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6시간 70mm 내렸는데 주의보?" 국민 체감도 떨어지는 '호우특보' 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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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 발령기준 변경 착수…"강우량 늘리거나 시간당 기준 적용"]

머니투데이

지난 7월 16일 충북 청주지역에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청주시 비하동 저지대 일대가 침수됐다. 이 비로 일부 차량이 침수되고 인근 도로가 통제됐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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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 체감도가 떨어지는 '호우특보 발령 기준'을 변경한다. 동남아 스콜처럼 순식간에 강한 비가 집중되는 최근의 기상여건을 반영해 안전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주의보·경보 등 명칭 자체도 변경한다.

23일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호우특보 시간을 줄이거나 강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특보기준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자연재난대응과 관계자는 "최근 강우는 단시간·특정지역·취약시간대 특징을 갖는다"며 "이런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해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래 호우특보 기준은 기상청에서 마련하지만, 풍수해 역시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주요 재난업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기로 했다. 행안부 산하인 국민재난안전연구원에서 전문가와 IT기술자 등을 불러 검토중이다.

현재 기상청은 6시간 강우량 70mm 이상이거나 12시간 강우량 110mm 이상일때 호우주의보를, 6시간 강우량 110mm 이상이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80mm 이상일때 호우경보를 발령한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단시간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16일 충북 청주에서는 시간당 최고 강우량이 91.8mm가 넘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6시간 강우량' '12시간 강우량'을 따지는 호우특보 발령기준이 실제 기상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상청에 따르면 1964년 처음 마련된 호우특보 기준은 시간당 강우량 30mm이상이었다. 1971년과 1983년 개정때는 24시간 강우량, 2004년 개정때는 12시간 강우량을 기준으로 삼았고 가장 최근 개정된 2011년에는 이를 6시간 강우량, 12시간 강우량으로 나눴다.

류희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6시간에 70mm가 아니라 강우량 자체를 120mm로 높여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아니면 아예 시간당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국민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실질적 의미를 갖는 특보가 돼야지 더 이상 '발령하면 끝'이라는 식으로 면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의보·경보 등 체감도가 떨어지는 명칭 자체도 변경한다. 사실 경보(警報)는 공습경보 등 용어 자체만 가지고도 일반 국민들이 심각성을 인지해야 하지만, 호우경보라고 하면 '비가 조금 많이 오는 정도'로 인식하는게 현실이다.

용어만 들어도 심각성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하는 '등급제'도 도입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태풍 강도를 F1에서 F5로 분류(숫자가 높아질 수록 강도가 세짐)하고 있다. 류 본부장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남재철 기상청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 같은 취지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용어만 들어도 강도를 바로 알 수 있게 되면 일반 국민들이 경각심도 갖게 되고 행동 및 대처요령도 숙지하게 될 것"이라며 "호우주의보·경보를 사용하는 일본에서도 길거리 설문조사를 했더니 어떤게 더 강도가 센 걸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더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실성 없는 기준으로 비효율적인 업무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발령된 호우주의보는 285회, 호우경보는 93회다. 호우특보가 발령되면 각 지자체 담당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서야 한다. 6시간에 70mm 정도의 비가 와도 평일이든 주말이든,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비상대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호 기자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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