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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이영학, 딸 치료비 12억 기부받아 10억 빼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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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후원계좌 내역 분석

7번 수술 등 2억원 안팎 사용

아내 부검, 타살 가능성 적어

‘자살’ 잠정결론… 방조죄 검토

아내 동원해 1인 퇴폐마사지

성매매 알선도 사실로 드러나
한국일보

이영학이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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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35·구속)이 딸 수술비 명목으로 시민들로부터 기부 받은 돈 10억원 정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이영학을 여중생 딸 친구 강제추행유인 및 살인 등 혐의로 검찰에 넘긴 경찰은 기부금 유용 등 남은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의붓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아내의 자살을 적극 만류하지 않은 정황도 확보하고, 자살방조 혐의도 추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영학의 기부금 유용 의혹은 사건 초반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외제차를 소유하고 튜닝(차량 개조)에 상당한 돈을 투자하는 등 ‘풍족한 생활’을 해왔다는 목격담이 나오면서다. 거대백악종(치아와 뼈를 잇는 부위에 자라는 종양)을 앓는 이영학 부녀는 각종 언론을 통해 사연이 소개된 뒤, 개인 후원 카페를 운영하면서 ‘딸 수술비가 부족하다’ 등 글을 올려 시민들 후원금을 받아왔다.

23일 경찰이 이영학 계좌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05년부터 여러 기부단체와 개인이 이영학 계좌로 송금한 기부금은 12억 8,000만원 가량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중 딸 치료비에 사용된 건 1억4,000만~1억 7,0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이영학 딸은 그간 7번 가량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생활비나 교육비 정도를 더 합하더라도 이영학이 딸에게 쓴 돈은 2억원 안팎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10억원 남짓은 기부 목적과 달리 사용됐다는 얘기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이영학을 추궁, 정확한 유용 금액을 확인한 뒤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위반 및 기부사기 혐의를 추가 적용할 계획이다.

이영학 아내 변사 관련 조사도 마무리 단계다. 그의 아내는 의붓시아버지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고발한 뒤 지난달 6일 5층에 있는 자택 화장실에서 투신 자살했다. 이를 두고 이영학에 의한 타살 의혹까지 제기됐는데, 경찰은 ‘자살’로 잠정 결론 내렸다. 화장실 창문 가로와 세로 길이가 50㎝정도로 스스로 뛰어내리지 않는 이상 떠밀어 살해하기 힘든 장소인데다 누군가 억지로 밀었다면 손이나 팔 등 상반신에 ‘저항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아내 부검 결과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에 경찰은 이영학에게 ‘자살 방조’ 혐의를 적용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 자살을 막아야 하는 남편으로서 의무가 있는데, 여러 정황을 볼 때 자살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자살 직전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 의붓시아버지 성폭행 등을 묘사하면서 ‘억울하다’고 호소했다는 점에서 이영학이 관련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을 가능성이 높다 등이 경찰이 제시하는 근거다. 이영학이 적극 대처했다면 자살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성매매 알선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이영학 휴대폰에서 발견한 성관계 영상을 분석하고,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 몇몇을 조사한 결과 “이영학 부인을 상대로 성매수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이영학이 올해 초부터 선릉역 인근에서 아내를 동원해 1인 퇴폐마사지 업소를 운영한 것으로 보고 성매매 알선 혐의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왜 성매매 알선을 하게 됐는지 등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영상을 통해 특정된 성매수 남성들도 곧 입건할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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