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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군·경찰 문건 조작했다" 드러나는 신군부의 5·18 진실 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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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80위원회' 장관회의 문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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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태 체험수기' 기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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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5·18 당시 경찰 상황일지


【서울·광주=뉴시스】 배동민 김성진 신대희 기자 = 5·18민주화운동 이후 신군부가 80년 5월의 진실을 감추지 위해 군과 경찰의 원본 문서와 기록을 조작하거나 훼손했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제대로 된 5·18 진실 규명을 위해 당시 원본 문서와 기록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전두환 정부 시절 정보기관 주도로 '80위원회'를 구성해 5·18 관련 자료의 조작·왜곡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1988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은폐 공작을 담당했던 보안사령부 '511 분석반'보다 3년 앞선 것으로 정부 공식문서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특조위는 "80위원회의 활동결과가 군 기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군 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특조위가 공개한 '육군본부군사연구실 광주사태체험수기'는 1988년 발간된 것으로 1985년과 1988년 2번에 걸쳐서 27명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이중 85년 당시 지침에는 '군에 불리한 내용은 재송부해 수정할 것'이라고 명기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조위는 또 이 체험수기에서 '화이트'로 수정한 흔적들을 발견했다.

이건리 특조위원장은 "1981년 6월8일 제공된 체험수기에 따르면 5월21일 도청 앞 집단발표의 경우, 오후 1시30분 자위권 보유 천명이 하달됐다 그런 내용이고, 특히 간부급의 체험 수기에는 '무릎 쏴' 자세로 집단사격을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담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980년과 1981년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무사 제출자료의 체험수기와 1988년 군사연구소가 발간한 체험수기는 그 내용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고 특정사건에 대해서는 다양한 수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조위는 체험수기 수정에 80위원회와 같은 정부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신군부의 5·18 기록 조작은 군 문건에 그치지 않았다.

앞선 11일 전남경찰청은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가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 신군부가 경찰 상황일지까지 조작했다고 밝혔다.

전남경찰이 보안사가 보존하고 있는 '전남도경 상황일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나주 남평지서와 반남지서에 대한 시민들의 무기 및 탄약 피탈 일시는 1980년 5월21일 오전 8~9시로 기록돼 있다.

반면 5·18 직후 치안본부에서 작성한 '전남사태 관계 기록' 중 '예비군 무기 탄약 피탈 상황' 일지에는 두 곳의 피탈 일시가 5월21일 오후 1시30분과 오후 5시40분으로 작성돼 있다.

경찰은 '전남사태 관계 기록'의 경우 경찰 감찰 자료로, 5·18 이후 직원들에 대한 '징계' 등의 근거로 활용됐기 때문에 사실 관계가 가장 정확하게 기록돼 있는 문서라고 설명했다.

5월21일 낮 12시59분께 전남도청 앞에서는 시민들을 향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자행됐다."도청 앞 집단 발포 이전 시민들의 무기 피탈이 있었고, 이에 자위권을 발동했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 신군부가 '전남도경 상황일지'를 조작했다는 게 전남경찰의 분석이었다.

특히 '全南道警(전남도경)'의 '경'을 '공경할 경(敬)'으로 적은 상황일지 표지를 조작의 근거로 들었다. 경찰관이라면 '경(警)'을 '경(敬)'으로 잘못 쓸 리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도경'이라는 표현은 경찰 내부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닌, 외부 기관이 경찰을 표현할 때 쓰는 용어"라며 "1988년 5·18 청문회를 앞두고 군 내부에 설치된 '511 분석반'이 '시민들에 대한 군의 발포가 자위권 행사 차원의 정당한 행위'라는 논리를 구성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남경찰은 당시 "기존 기록들에 의해 밝혀지거나 인용된 내용들에 대해서도 오류와 진위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신군부의 5·18 문건 조작은 5·18 당시 투입됐던 공수부대의 상황일지와 전투상보에서도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군에서 수십년간 작전 관련 임무를 맡았던 한 군 예비역은 1989년 국회 청문회와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에 제출된 3·7·11공수의 5·18 당시 상황일지와 전투상보와 관련, "사실을 입증해야 할 작전명령이나 상황도(그림), 전투 공적서 등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들이 누락돼 있다. 전투상보나 상황일지가 요약 형식으로 돼 있는데 군 자료 자체가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수만 전 유족회장은 "3·7·11공수의 전투상보나 상황일지를 보면 임무 내용만 다를 뿐 작성 형식이나 글씨체가 똑같다. 한 자리에 모여 작성하는 등 내용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군 기록이 방대하다. 어떤 기록이 왜곡되고 조작됐는지 밝혀야만 80년 5월의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guggy@newsis.com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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