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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가격 인상 눈치보는 `궐련형 전자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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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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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담배 회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불을 붙여 태우지 않고 연초를 고열로 쪄서 수증기를 흡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다.

아이코스와 글로를 각각 선보인 필립모리스코리아와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코리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야 잠정 합의안에 따라 일반 담배의 50% 수준이던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가 90% 수준까지 높아지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외에 지방교육세와 건강증진부담금 등 다른 세금까지 줄줄이 오를 경우 인상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세웠던 시장 확대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군불만 때며 제품 출시를 미뤄온 KT&G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양새다. 적어도 11월에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정식 출시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국회·정부와 다른 업체들의 분위기를 충분히 파악한 뒤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각에서는 국내 일반 담배 시장 1위인 KT&G로선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자체가 침체되면 오히려 득을 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면서 아이코스·글로 등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기존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개별소비세 개정안을 상정·처리했다. 이에 따라 아이코스 전용 담배인 '히츠' 1갑 기준으로 현행 126원이던 세금은 534.6원으로 오른다. 해당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다음달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12월부터 본격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아이코스 출시로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처음 열었던 필립모리스는 곧바로 가격 인상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개별소비세 외에도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등 담배에 붙는 제반 세금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해 당분간 확실한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간 투자·연구비용과 아이코스 생산비용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5000원대 수준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히츠의 국내 담배 시장점유율은 생산량 기준 2.5%로 석 달 새 2400만갑 이상이 팔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론 담배 냄새가 나지 않고 유해물질이 적다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장점이 인기의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갑당 가격이 일반 담배보다 싼 4300원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안착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2갑에 1만원이 넘는 가격을 감수하고 소비자들이 아이코스를 계속 이용할지는 단언할 수 없어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도 이번 아이코스 세금 인상안을 주시하고 있으며 가격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인상 폭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지만, 국회와 정부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일단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BAT 코리아도 속내가 복잡하다. BAT 코리아는 이날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히팅 디바이스인 '글로'와 전용 담배 '던힐 네오스틱'을 서울 내 CU와 세븐일레븐 전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플래그십스토어인 가로수길점과 홍대점, 서울 내 GS25에 한정됐던 판매처를 대폭 늘린 것이다.

당초 세워둔 시장 확장 전략을 일단 추진하고 있지만, 판매가격 인상 이후에도 수요가 충분히 따라줄지는 의문이다. 가뜩이나 어느 정도 인기를 끈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달리 후발 주자로 나선 BAT 코리아로서는 글로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터져나온 세금 이슈가 더욱 버겁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더 공격적인 사업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가격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면 추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본사 차원에서 세운 연간 영업계획이나 제품 수급계획, 중장기 계획까지 모두 어긋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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