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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런치리포트]촛불집회, 그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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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촛불 1년'…"광장의 요구, 정치가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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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언제든 다시 광장에 모일 수 있다."

"먹고살기 바쁜 국민들이 매번 나서야 하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첫 촛불집회(2016년 10월29일) 이후 1년이 지났다. 대선 직전이던 지난 4월29일 마지막 집회를 가졌던 국민들은 이제 촛불 대신 눈을 뜨고 세상의 변화를 지켜본다. 무려 23주일 동안 연인원 1700만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나라다운 나라'를 외쳤다. 과연 그 염원은 완성된 것일까, 아니면 미완일까.

◇광장의 기능→국회의 역할= 촛불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국민들이 만들어낸 성과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특검 수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보궐선거를 이끌었다. 결국 정권교체까지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 어떤 이는 다시 광장에 나가야 할 일이 생길까 우려하고, 또 어떤 이는 이제 광장 대신 정치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올해 대학생이 된 이소영씨(19)는 "주변 사람들과 기존 질서가 요구하는대로 수동적으로 살지는 않겠다고 말한다"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보여준 촛불정신에서 배운 자세"라고 말했다. 매서워진 청년들은 '나라다운 나라' 걱정이 여전하다. 대학생 김은지씨(22)는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는 말처럼 새 집권세력이 초심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들이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광장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광장의 기능과 역할을 공적인 정치 영역이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여러 부분에서 어느 정도 정상화 됐으니 이제 공적인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며 "촛불집회가 상당한 순기능이 있었지만 그런 것으로 앞으로 모든 게 해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민도 국민의 삶을 살아야 한다"며 "특히 국회가 빨리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치 제도나 정당 현실이 대표성 문제에 있어서 한계가 많다"며 "정치가 대표성을 갖고, 민의를 잘 수렴해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빨리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 혁신 선행돼야 개혁 실현" = 촛불집회에서 분출된 국민의 요구는 다양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바란 것은 궁극적으로 그러한 요구들이 실현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극화·불평등 해소 등을 위한 민생 개혁은 더디다. 광장의 요구가 결국 법과 제도의 변화를 통해 실현돼야 하는데 국회의 행보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직접민주주의를 활성화해 국민들이 국회를 압박, 개혁 성과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개혁 추진 방법에 고민이 깊은 문재인 정부는 국회를 우회하는 대신 참여민주주의 형식을 가미한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와 같은 공론 실험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제도적 측면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시민들을 국가 정책 의사결정구조에 개입시켜 정치질서 재편을 노린 것이 진짜 속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은 국민의 요구를 '적폐청산'으로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무후무한 촛불시민혁명은 완수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며 "권력기관은 물론 이 사회를 전체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적폐를 제대로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는 역반응을 불러왔고, 공론장인 국회는 대결적인 프레임에 갇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법·제도 개혁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 전문가들은 "개혁 과제는 결국 입법이나 선거와 같은 민주적 방식의 정치 과정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와 정치권 개혁의 선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靑 입성한 촛불…文 대통령 "난 촛불혁명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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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광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머니투데이





꼭 1년 전부터 타오른 '촛불'은 지난 5월 청와대에 입성했다. 상징적 표현이 아니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동력으로 집권할 수 있었단 걸 인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수차례 "촛불혁명" "촛불정부"를 말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촛불의, 촛불에 의한 정부인 점을 인정하는 만큼 중요 정책도 1년전 촛불민심을 빼고 이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국정의 나침반은 100대 국정과제다. 5대 목표 20대 전략 100대 과제 순으로 세분화된다. 이 과제들의 꼭짓점에 있는 국가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인했던 촛불 정신을 구현하고,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을 국정운영의 기반으로 삼는 새로운 정부 실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에게 촛불은 국민주권의 다른 이름이다. 시민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참여정신이 촛불에 투영됐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의 제1 목표가 국민이 주인인 정부, 20대 전략 중 첫째 또한 국민주권의 촛불민주주의 구현이다. 여기 해당하는 4가지 국정 세부과제에 적폐청산이 있다.

문 대통령이 촛불 민심을 얼마나 의식하는지는 수차례 연설문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라며 "민주적인 선거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국민들의 주인의식, 참여와 열망이 출범시킨 정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연설 이틀 전 세계시민상을 받은 시상식(9월 19일)에선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며 "이 상을 지난 겨울 내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들께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제무대에서 이 같은 인식을 강조한다. 유엔총회에서조차 '촛불'을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될 수도 있었다. 청와대는 오히려 국제사회가 한국의 촛불을 높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서구사회에서 평화적 혁명과 민주주의 가치 등을 중시해왔는데, 그 과정을 거쳐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것을 주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맞이 청와대가 공개한 '소소한 인터뷰'에서 해외순방시 동포만이 아니라 외국인도 자신을 환영해준 데에 "제 개인에 대한 환영이라기보다 '촛불 혁명',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법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서 정권교체를 해냈다는 사실에 대한 우리나라에 대한 존경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외신 보도를 모니터해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을 통한 정권 교체 과정에서 보여준 비폭력적 촛불시위에 대한 놀라움과 찬사를 나타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는 이 같은 인식 아래 촛불 민심에 부합하는 정책을 지속 추진할 전망이다. 국정농단 관련자 재산환수 관련 법률 제정,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 국민권익위 재설계 등 반부패 개혁,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관련법 제정 등이 모두 국정 로드맵에 올라 있다.

촛불의 또다른 이름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다. 촛불의 불길이 퍼진 것도 SNS를 통한 공감 확산이었다. 결국 한 손에 촛불, 다른 손에 스마트폰(SNS)를 든 시민들이 정권교체를 이뤘다. 지금도 그 민심이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페이스북 등 SNS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국민청원 등 청와대 홈페이지에 참여 메뉴를 대폭 강화한 것도 같은 이유다.

촛불 1주년이 되는 28일 전후로 문 대통령이 SNS로 소회를 밝힐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촛불국면' 중에도 SNS를 통해 시민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으로 지지를 확보했다.

이현우 "촛불, 정치 잘못하면 언제든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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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제공=이현우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약 1700만명의 촛불집회 참가자 중 2588명의 목소리를 설문조사와 현장면접을 통해 직접 들었다. 분석 후 그가 내린 결론은 "촛불집회는 '전문 시위꾼'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 이끌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같은 대학 이지호 공공정책대학원 대우교수, 서복경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와 함께 '탄핵 광장의 안과 밖: 촛불민심 경험분석'을 지난 7월 펴냈다. 촛불집회 후 1년을 맞은 지금, 적잖은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그는 어떤 생각일까.

이 교수는 2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촛불'은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이 언제든 저항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정의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통해 단기적으론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장기적으론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 언제든 국민이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이 교수는 촛불집회를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된 계기"라고 평가했다.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냉소에 빠지지 않고 정치적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 배경으로 그는 미디어의 발달을 통핸 정보교환 방식의 다양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교수는 참여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직접민주주의는 '선'이고, 국회는 '구태'로 보는 시선을 경계한 것이다. 이 교수는 촛불집회의 의미를 '아전인수'(제 논에 물대기) 격으로 포장하는 정치권의 태도도 경계했다. 그는 "국민들은 박근혜정권의 정치적 도덕성 붕괴에 분노했지, 어떤 정당이 더 옳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촛불 이후 1년,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겼나.

▶국민들이 정치적 자신감을 얻으면서 주인의식이 커졌다. 정권교체라는 결과를 보면서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냉소를 거두고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났다.

-주인의식이 높아진 배경엔 어떤 것이 있었을까.

▶미디어의 발달로 사회·정치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게 됐다. 가치관도 다양해졌다. 이를 통해 시민사회 자체의 목소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그런 차원에서 전세계적으로 '항의 정치'(Protest Politics)가 목격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국회에 대한 불신 등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참여민주주의가 대체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들의 입장이 활발히 표출되는 참여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재다. 국민들도 직접민주주의가 선이고 지금까지의 국회 대의제는 구태나 적폐인 것처럼 봐선 안된다.

-정치권은 촛불의 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촛불집회의 성격은 박근혜정권의 정치적 도덕성 추락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었다. 이전 촛불집회와는 달리 정치적 당파성이 없는, 정치권이 배제된 국민참여다. 권력을 사적소유로 전락시킨 박근혜정권뿐만 아니라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당시 야당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이 언제든 저항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교수는 서강대를 나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박사)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현재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 대학 현대정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표심의 역습', '좋은 정부의 제도와 과정' 등의 책을 대표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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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20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김휘선 기자









김병준 "미완의 촛불, 정권교체 넘어 정치를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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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교수. 2016.11.18/뉴스1





김병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왕의 브레인'(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불렸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최순실 사태를 수습할 거국총리로 그를 지목했다. 참여정부 핵심인물이었다가 10년뒤 박근혜 정부 2인자 문턱까지 간 것이다. 정치적 선택의 '진폭'이 컸지만 양 진영 모두를 비판할 수 있는 균형감은 그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김 교수는 총리 내정자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12월, "촛불에서 희망을 봤지만 정치에선 절망을 봤다"고 일갈했다. 당시 정치권은 책임 묻기에만 급급하고 국가적 과제 수습엔 무력했다고 봤다. 촛불집회 후 1년인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김 교수는 2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촛불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은 긴 노동시간 등 시민 대중이 국가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기 쉽지 않은 구조임에도 촛불은 시민사회 중심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촛불 민심은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정치가, 국가운영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이었다"며 "지금은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 촛불 이후 '정권'은 바뀌었지만 정치 체제는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나 여야 각 정당 모두 이런 촛불의 뜻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정치학 석학인 필립 슈미터 유럽대학연구소 명예교수는 촛불 이후 같은 체제 안에서 단지 집권세력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견해를 최근 밝혔다. 김 교수도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촛불 후 1년, 남은 과제로 "누가 집권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식의 사람중심 사고가 아니라 국정운영의 체계나 정치구조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담론'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촛불 이후 1년, 한국 정치에서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바뀌지 않았나.

▶정치주도 집단이 바뀌었을 뿐이다. 새 민주주의가 완성되거나 새 레짐(체제)이 탄생한 것은 아니다. 미완의 촛불이 좀 더 활활 타서 실질적으로 우리 정치의 기본 패턴을 바꾸는 데 까지 가야 한다.

-어느 정도 돼야 '촛불의 요구'를 완성하는 것인가.

▶정권은 분명히 바뀌었는데 국정운영 체계가 그대로 남아 있다. 국가주도주의,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라는 것도 남아있다. 그게 다 바뀌어서 진정 시민사회가 중심이 된 민주주의 질서가 정착되는 것이 촛불의 완성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 우리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우선 담론 구조가 너무 약하다. 무엇이 우리 정치의 문제점인가 하면 (잠시 생각하다) 대체로 사람중심 사고를 한다. 누가 들어가면 개혁이 되고, 안되고 하는 식이다.

-정치는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 아닌가.

▶국정운영 체계나 정치구조를 결정하는 큰 요인들이 있다. 그 요인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줘야 한다. 예컨대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를 그대로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앙과 지방 관계는 또 어떤가.

김 교수는 참여정부 출신이지만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에 거론되기도 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한국당, 바른정당은 철학과 명분과 방향이 없이 그냥 세력끼리 (합쳐서)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 앞서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현재의 통합논의로는 대안야당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경북 고령 출생으로 대구상고, 영남대를 나왔다. 한국외대(석사) 미 델라웨어대(박사)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특히 "진보진영에게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진보는 사기"란 시각은 좌우 모두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촛불 뒤 태극기…지금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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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주변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정치투쟁 선언 지지 제20차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10.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촛불집회의 정반대에 섰던 태극기집회도 곧 1년을 맞는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반대하는 모임에서 점차 '애국보수'를 표방하며 외연을 확장, 한때 촛불집회 인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 대선 등을 거치며 그 세가 급격히 위축됐다.

태극기 집회는 지난해 11월 7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구국기도회에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에 반대하며 촛불집회의 정반대편에 선 이들은 '애국보수'를 자청하며 촛불 대신 태극기를 들었다.

4차 촛불집회가 열리던 11월19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단체는 전열을 가다듬어 정식으로 1차 집회를 열었다. 당시 언론은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친박단체 집회'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이후 '태극기 집회'로 명칭이 정리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태극기 집회도 급격하게 외연이 확장됐다. 지난 1월 7일 집회 당시 경찰추산 기준 촛불집회 참가인원수보다 태극기집회의 참가 인원수가 더 많게 집게되기도 했다. 당시 촛불집회는 2만4000여명, 태극기집회 참가인원수는 3만7000명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이 과정에서 태극기집회는 금품살포를 통한 동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순실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자로 몰린 박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던 자유한국당도 더 이상 태극기 집회의 세력을 외면하지 못했고 그들을 감싸안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선패배 후 한국당은 태극기 집회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새 출발을 위해선 구체제와 단절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대선 때만 하더라도 한국당 유세현장에는 언제나 태극기가 휘날렸으나 이제는 제1야당이자 보수정당인 한국당 집회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당 한 재선의원은 "당원들도 태극기를 흔들며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새출발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 아니겠냐"이라고 설명했다. 태극기집회의 축소는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갈등의 봉합이자 새로운 출발의 의미를 지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촛불혁명의 시대를 인정하지 않는 태극기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며 서울시내 곳곳에서 태극기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과거 자체추산 100만명을 자랑하던 위용은 사라졌다. 50명(동화면세점 앞), 500명(대한문 앞). 3500명(대학로 마로니애공원)씩 산발적으로 모였을 뿐이다. 태극기집회의 세가 작아지면서 한 때 '친박보수단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태극기'도 원래 의미를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조철희 김평화 김성휘 이건희 김민우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ujungs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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