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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잇단 첨단 IT 제품 품질 논란 소니 OLED ‘번인’에 아이폰은 배터리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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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번인(burn-in, 잠깐용어 참조)’ 논란으로 가전업계가 시끄럽다. 실제 소니가 올해 선보인 OLED TV ‘A1E’ 모델이 미국과 러시아에서 번인이 발생했고 반품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형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서는 소니 A1E 모델 중 상당수가 번인 문제로 반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번인 현상이 국내로도 불똥이 튄다는 점이다. 소니 OLED TV의 패널 공급업체는 LG디스플레이다.

#2.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8’의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자 조사에 들어갔다. 애플은 얼마 전 아이폰8 배터리 관련 신고가 잇따르자 “우리는 이 사실(배터리 팽창 문제)을 주지하고 있으며 현재 조사 중”이라는 짧은 성명을 냈다. 다만 정확히 접수된 신고 건수와 배터리 불량 여부가 동일한지, 문제의 배터리 제조사는 어디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일부 아이폰 제품의 국내 출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첨단 기능과 부품으로 무장한 IT 신제품이 품질 불량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앞의 OLED TV의 번인 현상은 물론 아이폰8 일부 제품의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불거지면서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먼저 올해로 출시 4년째를 맞는 OLED TV를 놓고 제품 수명에 대한 논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TV를 꺼도 화면에 색상 얼룩이 그대로 남는 ‘번인’ 현상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물론 일부 판매 제품에서 문제 사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의 소니 OLED TV의 경우, 러시아 유통 매장 310여곳에 전시된 제품 중 240여대에서 번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 제품의 특성상 TV를 상시적으로 켜놓고 있는 만큼 번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매경이코노미

소니 올레드 TV(사진 위)의 번인 현상과 애플 아이폰8의 배터리 부풀림 문제가 불거지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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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 논란 끊이지 않는 올레드

▷LG 측 “알고리즘으로 해결했다”

OLED TV의 번인 논란은 먼저 전문가 집단에서 비롯됐다.

미국 AV전문가 커뮤니티인 AVS포럼에는 올 초부터 OLED TV 잔상과 번인을 토론하는 게시판이 마련됐는데, 1200개가 넘는 전문가 의견과 사용 후기가 올라와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OLED TV에서 잔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제품 평가기관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올 들어 미국 IT 리뷰 매체 알팅스는 미국에서 출시한 TV 제품들을 대상으로 한 잔상(image retention) 테스트 결과에서도 OLED TV들이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알팅스는 미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과 연계해 제품을 검색하면 제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는 유력 리뷰 전문 사이트다. 알팅스는 알팅스 로고가 있는 이미지를 10분간 틀어놓은 뒤 남아 있는 이미지가 몇 분 후에 사라지는지를 테스트한 후 평가(10점 만점)했다. 잔상은 TV 채널을 바꿨을 때 이전 채널의 이미지가 새 화면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영구적으로 잔상이 남는 번인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테스트에서 대부분의 발광다이오드(LED) TV 제품은 10점 만점을 받았지만, OLED TV는 4점을 넘지 못했다. 지난 4월 나온 LG 제품이 5.4점을 받았고, 소니 제품은 3.7점에 머물렀다.

논란이 이어지자 알팅스 측은 지난 9월부터 아예 화질 변색을 점검하는 공개 테스트를 실시 중이다. 여기에는 삼성의 QLED TV와 LG전자의 OLED, LCD TV가 대상이다. 3가지 제품을 24시간 틀어놓고 화질 변색 여부를 가리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주 목요일마다 변화가 있는지 여부를 공개하고 있는데 3주 전부터 OLED 제품에서 일부 색이 제대로 나오고 있지 않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OLED TV에서 잔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마다 수명이 다르다는 점이다. 밝은 빛을 오랫동안 내는 픽셀은 그렇지 않은 픽셀보다 수명이 짧다. 이 문제는 결국 OLED의 수명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교체 주기가 2~3년인 스마트폰 화면은 OLED를 채택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5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TV는 향후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 OLED TV를 밀고 있는 LG전자 측 입장은 다르다. LG전자 관계자는 “(알팅스 테스트는) 일반적인 시청 환경과 다른 테스트다. 가정에서 TV를 시청할 때 정지 영상으로 보는 경우는 없다. OLED TV는 일반적인 시청 환경에서 번인 현상을 막아주는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실제 판매된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 이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 이사는 “OLED TV 제품의 화질이 우수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부 제품과 극한 상황의 문제가 전체 제품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시장 초기에 발생하는 품질 불량”이라 분석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불량 사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시장을 키워나가야 하는 올레드 진영에는 악재”라고 진단했다.

▶배터리 복병 만난 아이폰

▷아이폰X 국내 출시 일정 밀릴 수도

스마트폰에선 배터리가 여전한 논란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곤욕을 치른 이후, 이번에는 애플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9월 24일 일본의 한 아이폰 이용자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아이폰8+’의 배터리 부분이 부풀어 오른 사진을 게시했다. 내장 배터리가 팽창하면서 앞면 액정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휘게 한 것. 해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과 대만, 일본, 그리스, 캐나다 등에서 아이폰8 배터리 불량으로 접수된 신고는 10여건으로 추정된다. 각국 신고자들이 공개한 아이폰8의 사진을 보면 아이폰8 배터리가 내부에서 부풀어 올라 본체와 디스플레이가 벌어진 모습이다.

아이폰8은 지난 9월 22일 1차 출시국 29개국을 비롯해 현재까지 58개국에 정식 출시된 상태다. 그러나 출시 한 달도 안 돼 배터리 불량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선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swelling)’ 때문이라 보고 있다. 스웰링은 스마트폰 대중화 초기에 자주 발생했던 배터리 불량 현상으로, 리튬-이온전지 내부의 전해액이 가스로 변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관건은 대량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출시 두 달 만에 제품 생산을 중단한 전력이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번 현상은 배터리 팽창에 따른 문제인 것이 확실하다”면서 “아직까지는 수백만 대 중에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있어 향후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이폰8의 배터리 결함은 아직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처럼 배터리 문제와 같은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이슈가 약 3주 뒤 예정된 한국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아이폰8은 우리나라에서 10월 27일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가 11월 초께 출시 예정이다. 아이폰의 한국 시장점유율은 20% 수준이다. 업계에선 만약 아이폰8의 배터리 문제가 지속되면 11월 3일 글로벌 첫 등판을 하는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 출시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애플이 자체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더라도 아이폰8에 대한 구매 심리가 꺾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잠깐용어 *번인(burn-in) 똑같은 화면이나 이미지를 장시간 켜놨을 때 화면을 꺼도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현상.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9호 (2017.10.18~10.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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