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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정은, 기만인가 청개구리 전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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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D-데이 여겨졌던10일, 18일 잠잠 대화 기회도 그냥 넘겨

이목 집중시킨 뒤 자신들 입장만 강조하고 치고 빠지기

상대방 준비 된 때 맞짱보다 잊을만 하면 때리는 빨치산식 도발 우려 여전

지난주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여했던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 함이 부산 해군기지에 머물고 있다. 핵 추진 잠수함인 미시간 함도 한반도 수역에서 작전 중이다. 여기에 미국의 F-22ㆍF-35 스텔스 전투기 각각 2대가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에 참가해 실물을 전시 중이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고 있는 F-22는 하루 한 차례 이륙해 성능을 뽐내고 있다. 21일에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가 괌에서 날아와 ADEX 전시장 상공을 저공비행하고, 미군의 정보 수집기인 U-2 역시 관람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총집결해,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군 관계자는 “2년 전에도 F-22가 전시회에 참가한 적은 있지만, B-1B나 U-2가 일반인들에게 선을 보이고, F-35 실물이 참가한 건 처음”이라며 “최근 조성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한미 양국의 방위역량과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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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략무기인 B-1B '랜서' 폭격기가 21일 오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열리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상공을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비행하고 있다. 백조 모습을 연상시켜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랜서 폭격기는 마하 1.2로 비행할 수 있으며 기체 내부에는 34t, 날개를 포함한 외부는 27t까지 적재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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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특정 기념일을 기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벤트 도발은 일단 위기를 넘겼다.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여야 4당 만찬 회동에서 “북한이 10일(당 창건 기념일이자 미국 콜럼버스 데이) 또는 18일(중국 당 대회)을 기해 추가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했다.

김정은 들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각종 기념일에 맞추는 경향을 보여준 데다, 지난달 21일 김정은이 성명을 통해 추가도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언급은 헌법이나 제도에 우선한다는 북한의 속성상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보복을 직접 언급한 상황이어서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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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전단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동해와 서해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21일 부산 기지에 입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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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20~21일 러시아 외무성이 마련한 비확산회의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관반민(1.5트랙) 비확산회의가 최근 조성된 한반도의 긴장 조성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반전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지난달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이후 북한의 도발은 잠잠하다. 또 러시아 회의에 참석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을 공식 회의에서의 발언 이외에 일체의 별도 접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간접 접촉을 통한 의사타진 대신 공식 석상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라”거나 “미국의 태도 변화전에는 6자회담 복귀가 불가하다”며 하고 싶은 말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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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20일(현지시간) 외무성 산하 &#39;미국연구소&#39; 소장 직함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39;동북아 안보&#39;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당초 그는 미국과의 간접 접촉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식 석상에서 &#34;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요구&#34;를 되풀이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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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한은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킨 뒤 군사적·외교적 도발 없이 그냥 넘어갔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정점에 다다르기 위한 기만전술, 또는 청개구리 전술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군사적 대비나 중국의 외교적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도발을 강행하기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모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선 극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지난 4월 25일 창군 기념일을 기해 6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5개월 여 뒤인 지난달 3일 핵실험을 강행했다. 또 이달 초엔 평양시 산음동의 미사일 공장에서 트럭들이 움직이는 등 마치 뭔가 있을 듯한 제스쳐를 취하다 조용해 지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실제로 도발에 나설 땐 기습적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날좀 보소’,‘날 좀 말려주소’라는 식의 행동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이 세워놓은 시간표대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나 분위기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직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이나 미사일 능력을 갖추지 못한 북한이 미국과 맞짱을 뜨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력이 약할 때 상대방의 약점을 노려 뒤통수를 치는 빨치산 전술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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