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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탈원전 정책' 밀어붙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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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원회의 공론조사 발표에 따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이 곧 재개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입장 발표를 통해 공론화위 결정에 따르겠다고 직접 밝힌 만큼 정부는 건설 재개를 위한 후속조치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론조사 시민참여단 표결에서 건설 중단을 내세운 비율이 40.5%에 그친 반면 59.5%가 공사 재개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의사가 명백히 확인된 셈이다. 우리 여건에서 원전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공론화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결정과 탈원전 정책은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에너지정책 틀에서 벗어나는 로드맵도 조만간 확정할 것이라 한다.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며 신규원전 6기의 건설 백지화 및 노후원전 10기의 수명연장 불허 방침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온다. 그렇다면 공론화를 통해 바뀐 것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한다는 것뿐이다.

공론화위가 신고리원전 건설 재개와는 별도로 앞으로 원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공론화위의 권고가 아니라도 당연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방향을 알면서도 정책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 상황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신재생에너지가 아직 원전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개발투자에 소홀했던 것도 아니다. 선진국들도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원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의지는 나무랄 데 없지만 의욕만을 앞세워 너무 서둘러서는 곤란하다. 공연히 전력요금만 높이게 됨으로써 우리 산업의 대외경쟁력을 훼손하고 가계에 부담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지나 않을까 미리부터 걱정이다. 이번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면서 3개월 동안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공론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고 하지만 그 비용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탈원전 정책을 섣불리 추진한다면 비슷한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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