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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he L 리포트] 중국 100% 공개하는 판결문…우린 고작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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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판결문 공개하면 불필요한 소송 줄어"…中, 원칙상 모든 판결문 공개]

머니투데이


"인터넷에서 판결문을 볼 수가 없다. 법원도서관에 가서 직접 찾아야 하는데, 방문 열람 신청을 하려고 보면 2주간 신청이 마감이 돼 있다. 이런 판결문 공개 서비스가 4차 산업혁명에 걸맞다고 생각하느냐."(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개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어 입법이 필요하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충돌할 수 있다."(대법원)

지난 12일 대법원 국감에선 벌어진 설전이다. 일반 국민들이 판결문을 볼 길이 막혀 있는 현실을 두고서다.

◇"판결문 공개하면 불필요한 소송 줄어"

22일 금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법원의 '판결문 공개 관련 자료(2012년~2017년 6월)'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급 법원에서 처리된 781만5405건의 본안사건 중 법원이 운영하는 종합법률정보사이트에 판례가 등록돼 열람이 가능한 사건은 총 1만5140건에 그쳤다. 공개율이 0.19%에 불과한 셈이다.

법원 판결 가운데 하급심(1·2심) 판결은 사실상 공개되지 않는다. 법원 사이트에서 사건을 검색하려면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해 당사자만 이를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은 법원도서관이 발행하는 하급심판결집 또는 각급 법원이 홈페이지 등에 올리는 판결요지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단어 검색을 통해 판결문 열람을 직접 할 수 있는 법원도서관 내 '특별열람실'이 있지만 이곳의 단말기는 4대뿐이다. 한 사람당 이용시간은 1시간 반으로 제한된다. 이마저도 2주일 이내에서만 예약을 할 수 있어 늘 예약이 꽉 차 있다. 운좋게 열람이 허용된다 해도 직접 법원에 가야 하고, 출력이나 판결문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등의 행위는 금지된다. 오직 눈으로만 보고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 관련된 사건과 유사한 판례를 참고하고 싶은 기업이나 국민들 입장에선 불편하기 짝이 없다. 금 의원은 "판결문 공개가 확대되면 국민들이 소송 제기 전 유사판례를 확인함으로써 불필요한 소송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현행법은 판결문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헌법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에는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를 인터넷, 그밖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적 방법 등으로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도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 등을 열람 및 복사(인터넷, 그밖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적 방법을 포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中, 원칙적으로 모든 판결문 공개

그런데도 공개되는 판결문이 극소수에 그치는 건 판결문에 등장하는 실명도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돼야 할 개인정보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법령상의 근거나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공개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인력과 예산의 한도 내에서 선례적 가치가 있는 중요한 판결들을 우선 선별해 비실명처리 작업을 마친 판결문만 공개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판결문을 공개해 개인정보가 노출될 경우 법원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이를 예외로 하도록 개인정보보호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 전부터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개정안은 이미 발의돼 있다. △모든 판결문 공개 △문자로 검색 가능한 형태로 제공 △판결문 공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원칙적 금지 등의 규정을 신설해 인터넷에 판결문을 전면공개하는 내용의 민·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논리를 극복하고 국회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해선 판결문을 효율적으로 비실명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IT(정보기술)를 활용한 자동 비실명화 기술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사법정보화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 중인 중국의 경우 예외적으로 이혼 및 상속분쟁의 당사자, 미성년자, 형사사건 피해자 등을 제외하고는 판결문을 실명으로 100% 공개하고 있다. 최근 중국 출장을 다녀온 법조계 관계자는 "중국은 최고인민법원뿐 아니라 하급심 판결까지 전부 원칙적으로 실명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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