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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휴대폰 따로 통신사 따로…힘받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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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신비 부담 인하 방안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동통신대리점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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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통신요금 인하 방안으로 휴대폰 유통구조를 바꾸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내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보편적 요금제(월 2만원 요금에 데이터 2GB 안팎, 통화 200분 안팎 제공)에 더해 통신시장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사 서비스 가입을 완전히 분리한다. 이용자는 온·오프라인 판매점에서 먼저 단말기를 구입하고 이를 이통사 대리점으로 가져가 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제도다. 2012년 5월 가입자가 제조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단말기 자급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됐지만, 이 경우 이통사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등 유통구조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했다.

결국 대부분 이용자가 이통사 대리점에서 단말기 구입과 서비스 가입을 동시에 하는 일이 지속됐다.

조사전문기업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제조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비율은 세계 평균이 61%, 중국 72%, 미국 39%인 데 비해 한국은 8%에 그친다. 이에 따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통사 대리점이 아예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통신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본격 힘을 받은 것은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정감사장을 통해서다. 이날 국정감사장에서는 흔치 않게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며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완전자급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할부원금이나 기본료를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거의 없고 이를 악용하는 제조사·통신사 때문에 통신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완전자급제와 관련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박홍근 민주당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 김성수 의원까지 합치면 관련 법안은 3건으로 늘어난다.

완전자급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제도가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제조사가 가격 경쟁, 이통사 간 요금·서비스 경쟁을 유발할 수 있어 결국 통신비 부담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가 노트북컴퓨터를 사듯 온·오프라인을 통해 가격을 비교하게 되면 제조사로서는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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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금은 단말기 지원금 등을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던 이통사들이 기존 방법이 어렵게 되면서 요금경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올해 마케팅 비용은 총 9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에는 단말기 지원금 5조원, 대리점 리베이트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통해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줄이면 요금을 인하하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비 인하 효과가 확실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돼도 기대만큼 큰 경쟁이나 가격 인하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SK텔레콤은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KT·LG유플러스, 제조사 등은 신중한 입장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2일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완전자급제로 단말기(판매)와 서비스가 구분되면 분명 경쟁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대리점과 유통망 등이 얽혀 있는 문제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리점업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이미 부분적으로 자급제가 시행되고 있는 데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대리점들 수익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은 데 비해 통신비 부담이 완화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공론화도 충분하게 되지 않았는데 법안부터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며 "단말기 제조업체, 통신사,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지 정교하게 상관관계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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