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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北風과 고이케 無風 업고… 아베, 장기집권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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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압승]

내년 자민당 총재선거 승리땐 최장 2021년까지 집권 가능

아베 "이번 선거는 北核 선거" 개헌 본격화·對北압박 강화할 듯

일본이 다시 한 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선택했다.

22일 열린 일본 총선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연립여당이 압승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23일 새벽 0시 15분 현재, 자민당과 공명당은 당선이 확정된 418석 중 290석을 확보했다.

같은 시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만든 '희망의당'은 41석을 얻어 원내 2등도 아닌 3등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개헌 반대'와 '아베 정권 견제'를 선명하게 내건 신생 야당 입헌민주당이 48석을 얻어, 희망의당을 제치고 원내 제2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NHK는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상황을 종합해, 연립여당이 최종적으로 282~336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일보

22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대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3일 0시 15분 현재 아베 총리가 이끄는 연립여당(자민·공명)은 418석 중 290석을 확보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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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2014년 중의원 선거, 2016년 참의원 선거에 이어 올해 중의원 선거까지 잇달아 승리했다. 특히 이번엔 사학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폭락 위기를 딛고, '자민당 단독 과반 달성, 연립여당 3분의 2 전후 의석 달성'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 때까지 집권할 수 있는 발판을 다졌다. 일본은 총선 직후 특별국회를 열고 총리 지명 선거를 하는데, 아베 총리는 총선 압승을 내세워 무리 없이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승리하면, 최장 2021년까지 집권할 길이 열린다.

일본 언론은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북한 위기론이 먹혔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시종일관 북한의 위협을 내세웠다. 지난달 국회를 해산할 때는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고 했고, 마지막 거리 연설 때는 "한반도 유사시 자민당 이외의 정당에 일본을 맡길 수 있는지 묻는 선거"라고 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필요하면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했다"며 미·일 동맹도 강조했다. NHK는 "유권자들이 그런 주장에 호응했다"고 분석했다.

둘째, 야당 표는 흩어지고 여당 표는 뭉쳤다. 야권이 희망의당, 입헌민주당 등으로 사분오열하면서 289개 선거구 중 226곳에서 야당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도 자민당 표는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뭉쳤다.

셋째, 희망의당이 돌풍은커녕 무풍(無風)에 그쳤다. 고이케 지사는 총선 직후 어두운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서 "패인을 더 분석해야겠지만, 제 언동이 많은 분에게 불쾌감을 드린 것 같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야당의 이합집산을 "야당의 도타바타게키(ドタバタ劇)였다"고 싸늘하게 평가했다. 도타바타게키는 엎어지고 자빠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뜻한다.

지난 5월 사학 스캔들로 아베 정권이 휘청거릴 때, 기존 최대 야당 민진당은 아베 총리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데도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되레 내분으로 도미노 탈당 사태를 겪었다. 이 상황에서 고이케 지사의 인기가 치솟자, 민진당이 지레 겁을 먹고 "우리 당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테니, 원하는 사람은 고이케 지사가 만든 희망의당 공천을 받으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아직 검증도 안 된 희망의당에 겁먹고 사실상 당을 자진 해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진당 의원 87명 중 56명이 희망의당으로 옮겨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실제 유세가 시작되자, 희망의당은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해 금방 거품이 꺼졌다. 오히려 희망의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진당에 남은 소신파가 입헌민주당이라는 신생 야당을 만들어, 이번 총선에서 최대 야당으로 부상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사학 스캔들에 연루됐던 아베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당선됐다. 잇따른 실책으로 경질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도 당선이 확정됐다. 아베 총리가 2012년 총선 때 발탁한 일명 '아베 칠드런'이라 불리는 재선 의원들도 대거 당선됐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총선 마법의 숫자가 310석(3분의 2)"이라고 보도했다. 여당은 이미 참의원 3분의 2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중의원 3분의 2까지 손에 넣으면, 앞으로 야당이 반대해도 여당이 단독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부 차지하고, 모든 상임위를 여당 의원이 과반이 되게 구성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사학 스캔들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털고, 본인의 구상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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