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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장애인구역 얌체 주차' 얄미워… 신고 매뉴얼까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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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현장 신고 가능해져… 작년 38만건, 2년새 3배 급증

장애인 주차 표지 위조도 많아 위반 차량 되레 화내기도

지난 20일 오후 서울역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 승용차 한 대가 장애인 전용 구역에 주차했다. 차 앞유리 오른쪽 구석엔 '보호자 운전용'이라고 적힌 표지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차에선 내린 사람은 운전자 한 명뿐이었다. 동승한 장애인 없이 보호자 혼자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면 불법이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차 주인 이모씨는 "어머니가 1급 장애인이라 장애인 주차 허가 스티커를 받았다"며 "우유를 사고 바로 가려고 했는데, 잠시 주차한 게 크게 문제가 되느냐"라고 말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장애인 주차 표지는 약 50만개다. 이 중 본인용이 28만개, 보호자용이 22만개다.

◇'장애인 주정차 위반' 신고 폭증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의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 건수는 26만3326건이었다. 액수로는 254억600만원이다. 5년 전인 2011년의 1만2191건과 비교하면 21배 이상 급증했다. 모바일 앱으로 현장에서 불법 주·정차를 쉽게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시민 신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개발한 모바일 앱 '생활불편신고' 집계를 보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불법 주·정차 신고는 2014년 11만2517건에서 2016년 38만100건으로 2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31만5574건의 신고가 들어와 작년 기록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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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앱을 통해 차량 번호판과 장애인 주차 구역 안내 표지, 장애인이 타지 않았다는 내용 등을 입증할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면 신고가 접수된다. 담당 공무원은 차적을 조회해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근 아파트에 사는 김모(여·37)씨는 "평소 아파트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대는 운전자 중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장애인 주차 표지는 있었지만 운전자가 비장애인으로 보여 앱으로 신고했다. 과태료가 부과됐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보호자용 표지 디자인 변경

비장애인이나 보호자들의 불법 주·정차뿐 아니라 장애인 주차 표지 위·변조와 도용 사례도 많다. 지난해 11월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장애인 주차 구역 관련 특별단속을 벌여 장애인 주차 표지 위조 운전자 36명을 공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형사입건시키기도 했다. 당시 입건된 한 30대 여성은 시아버지 명의의 장애인 주차 표지를 쓰다 적발됐다. 당시 시아버지는 사망한 상태였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주차 구역이 있는 공중이용시설 9658곳을 대상으로 한 합동 단속에서도 전체 적발 건수의 6.4%는 이런 표지 위·변조와 불법 대여였다.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선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 완료 후 운전자가 멀쩡히 내려서 걸어가는 장면' '차량 안에 아무도 없는 상황' '주차 상태' 등 불법 주차 관련 사진 찍기와 세부적인 신고 매뉴얼까지 공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올해부터 새 디자인의 주차 표지를 내놨다. 장애인 본인용의 경우 노란색 동그라미, 보호자용의 경우 하얀색 동그라미 형태로 바꿨다. 종전엔 장애인 본인용과 보호자용 모두 노란색 사각형 모양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호자용 표지를 악용하는 사례를 줄이고, 정확하게 단속하기 위해 새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차 표지 사용자들은 올해 말까지 새 표지로 갱신해야 한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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