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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기업 감동경영]“스핀소재 선도국가 목표로 연구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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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홍정일 센터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늦은 밤에도 불이 환하다.
동아일보

홍정일 센터장


늦은 시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구에 열정을 쏟는 연구원들 때문이다. 홍정일 센터장의 일과도 대체로 밤 11시까지 계속된다. 아침 9시에 연구소로 출근했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라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연구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아서, 연구 결과가 궁금해서 하는 거거든요.”

홍 센터장은 2012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GRDC)의 일환으로 설립한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대구경북과학기술원 공동연구소 운영을 맡고 있다. GRDC는 국내 과학연구기관과 해외 우수연구기관을 연결하여 국내에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함으로써 과학기술 선진국의 핵심 기술과 연구 인력, 물적 자원을 유입하고 활용하기 위한 사업이다.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에는 저희 연구에 꼭 필요한 최첨단 장비가 있습니다. Center for X-Ray Optics(CXRO)에서 운영하고 있는 soft X-ray microscope 라는 장비인데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아서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저희에게 있었고, 연구재단의 지원으로 2012년부터 공동연구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홍 센터장은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에 근무하는 한국인을 포함한 미국의 과학자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DGIST 동료 교수 및 여러 연구원과 함께 연구에 매진 중이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실험과 관측치가 쌓이면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로 날아가 2∼3주간 머물며 최신 장비를 이용해 실험을 하고 다시 돌아와 그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공동연구센터가 진행 중인 연구는 한마디로 스핀트로닉스의 밑바탕이 되는 과학적 현상들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일이다. 스핀트로닉스는 스핀과 일렉트로닉스를 결합시킨 말로, 위나 아래의 방향성을 가지는 전자의 회전에 기반한 스핀성질을 이용하여 기존의 전자공학으로 개발하던 메모리나 센서 등의 소자를 개발하는 기술을 말한다.

연구 기간만 치면 5년이 채 안 되지만, 공동연구센터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여럿 내놓았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9월 특허 등록한 자성 신물질 개발을 들 수 있다. 홍 센터장 팀은 지난해 마그네틱 도메인(물질에서 자기를 띠는 아주 작은 단위)을 초미세 단위에서 재정렬하는 방법으로 온도가 올라갈수록 자성이 좋아지는 신물질을 개발했다.

올해 초에는 그 동안 예측만 하였던 ‘스커미온 호흡운동’을 실제로 관측하는 성과도 올렸다. 스커미온이란 스핀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배열된 것으로, 스커미온 호흡운동은 외부 신호에 따라 스커미온의 크기가 변하면서 고주파 신호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현상을 활용하면 차세대 초저전력 통신 소자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 연구한 결과가 차세대 소자 상용화라는 결실로 빛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구자와 소자 개발자 간의 협업이 더욱 활발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홍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정보산업에 관련된 상용화 기술의 경쟁력이 뛰어난 반면 기초과학 연구 환경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다. 의외로 사회적인 관심이 낮은 편이고 연구자들이 도전적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연구 성과가 나왔을 때 크게 보상하는 것은 좋습니다. 문제는 실패한 연구에 대해서 지나치게 혹독하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분위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겁에 질리고 도전을 두려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요. 그러한 분위기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홍 센터장은 현재 개발한 신물질의 밝혀지지 않은 성질에 대한 탐구는 물론, 다양한 물질을 대상으로 새로운 마그네틱 도메인 구조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자성 연구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거기에 전류를 가했을 때의 변화에 대해서도 함께 연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나라가 스핀소재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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