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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사립대 “등록금 올려달라” 요구, 입학금 폐지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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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돌연 등록금카드 꺼내 당혹”

27일 김상곤·총장협 회의 취소

법령 개정해 입학금 강제 폐지 추진

사립대 내부 “너무 쉽게 합의” 불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대학 입학금 인하·폐지를 놓고 교육부와 사립대들이 단계적 인하로 가닥을 잡아 가는 듯했으나 양측 간의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단이 27일 만나기로 한 계획을 취소한다고 사총협에 통보했다. 김 부총리와 사총협 회장단은 지난 13일 교육부와 사총협이 함께 발표한 ‘입학금 단계적 인하’에 대한 후속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

박성수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은 “사총협이 지난 20일 입학금 폐지 조건으로 등록금을 법적 상한인 1.5%까지 인상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교육부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안”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의 다른 관계자는 “사총협이 애초 논의에 없던 등록금 인상 카드를 꺼내 매우 당혹스럽다. 이 때문에 27일 부총리와의 회의 일정을 교육부가 취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총협은 지난 20일 교육부와의 간담회에서 “실제 입학 업무에 쓰이는 실비를 뺀 나머지 금액만큼 단계적으로 입학금을 폐지하고, 그 대신 등록금을 1.5%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교육부에 전했다. 앞서 교육부와 사총협이 13일 “입학금 인하에 합의했다”고 발표할 때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언급은 양측에서 나오지 않았다.

사총협이 뒤늦게 ‘등록금 인상’ 카드를 꺼낸 데는 교육부와의 ‘입학금 폐지’ 합의에 대해 사립대들 사이에서 반발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관계자는 “사총협이 사립대들의 모임인 것은 맞지만 정부에 사립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기구도 사실상 아니었다. 이번에도 정부의 입학금 폐지 요구를 너무 쉽게 들어준 것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사립대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지역 사립대들은 사총협과 별개로 모임을 가져 왔다.

그간 사립대들은 “입학금은 수십 년간 사실상 등록금 성격으로 받아 온 것이어서 입학금 폐지는 등록금 인하나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입학금 폐지를 요구하려면 등록금을 보전하는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교육부와 사립대 간에는 40여 일간에 이르는 입학금 관련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입학금 폐지 논의가 진전을 보기 더욱 어려워졌다. 교육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사립대의 입학금을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성수 지원관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입학금 산정 기준과 절차, 사용처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명시할 계획”이라며 “실제 입학과 관련해 쓰이는 돈만 입학금으로 걷게 하면 70~80% 인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런 방향에 대해 사립대들은 불쾌해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사립대가 입학금을 마치 부당하게 써 온 것처럼 교육부가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금 폐지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국공립대 41곳은 내년부터 입학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올해 기준으로 사립대 입학금은 평균 67만8000원이다. 국공립대(14만3000원)의 5배 정도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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