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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형극으로 새 꿈 펼치는 ‘경단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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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동화나무’ 조합원들

경북 첫 예술분야 사회적 협동조합

“경력단절 여성에게 인형극 최적

수익금은 일자리 창출하게 할 것”

지난 14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대구시교육연수원 대강당. ‘2017학년도 서부드림스쿨 진로캠프·종강식’이 열린 자리였다. 초등학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대강당 무대에는 예상밖의 무대 장치가 돼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2층집과 높다란 성벽에 둘러싸인 성채가 금방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 세워져 있었다.

이윽고 손에 어른 팔뚝만한 인형을 든 이들이 무대로 걸어나왔다. 머리카락을 곱게 묶은 소녀 인형도 있었고 표독스럽게 생긴 금발의 중년 인형도 있었다. 인형의 뒤통수와 손목에는 사람이 잡고 조종할 수 있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중앙일보

‘동화나무’ 멤버와 백선기 경북 칠곡군수(앞줄 왼쪽 둘째)가 공연을 앞두고 기념촬영했다. [사진 칠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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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이 시작되자 축 늘어져 있던 인형들은 생명을 얻었다. 미리 녹음해 둔 대사에 맞춰 머리를 흔들고 팔을 휘둘렀다.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부들부들 떨기도 했다. 인형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할 때마다 어린 학생들은 웃음을 쏟아냈다.

이날 인형극으로 어린이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은 주인공들은 바로 경북 칠곡군의 사회적 협동조합 ‘동화나무’ 조합원들이다. ‘동화나무’는 경북에서 최초로 세워진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형극 공연을 하고 있다. 주석희(44) 대표와 황보경(48)·박정원(42)·박태연(43)·황인정(43)·박준란(45)·박복희(45) 등 7명의 여성 조합원으로 구성됐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취약계층에 사회적 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수익금의 배당은 불가능하고 법인을 청산하게 되면 잔여 재산이 비영리 법인이나 국고에 귀속된다.

경북 최초의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것 말고도 조합원 전원이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생업을 그만두게 됐던 ‘경력단절여성’들로 조합이 만들어졌다는 점도 동화나무의 특징이다. 이들은 2002년 칠곡군 평생학습센터에서 ‘동화구연 강좌’를 함께 들었던 동기생이다.

이들은 2003년 비영리단체인 동화나무를 설립했다. 탈인형극·아동인형극·구연동화·성교육 등 인형극을 중심으로 어린이와 가족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연해 왔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지난 11일에는 현판식도 열었다.

7명의 조합원에겐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주 대표가 전체적인 기획과 조합 운영을 한다면 황보경씨는 공연 일정을 조율하고 박정원씨는 소품과 인형 제작을, 박준란씨는 조명을 전담하는 식이다.

동화나무는 또 칠곡세계인형음악극 축제에서 6년째 한국을 대표해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제1회 대한민국 평생학습 박람회 동아리 사례발표에서 장려상, 재능기부공모전 단체부문에서 농림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인형극단으로 성장했다.

주 대표는 “경력단절 여성의 절박한 심정은 경력단절을 경험해본 사람이 잘 안다”며 “지역사회를 통해 얻었던 기회를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육아의 경험이 있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인형극은 최적의 맞춤형 일자리”라며 “수익금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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