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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태극기 vs 촛불…1년만에 다시 분열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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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조용했던 서울 광화문광장이 1년 만에 다시 태극기와 촛불로 뒤덮였다. 촛불집회 1주년(10월 29일, 작년 첫 대규모 집회일 기준)이 다가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이 맞물리는 가운데 양측 지지자들과 정치인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또다시 주말마다 '적폐청산' '박근혜 석방' 등 구호가 광장에서 맞붙으면서 극명한 여론 분열에 불을 붙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대한애국당과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천만인 서명운동본부' 등이 주최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한 시간 전부터 자리에 모여들기 시작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거나 몸에 휘감고 '탄핵 무효' '대통령을 석방하라' '문재인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친박 단체 등을 중심으로 태극기 집회 '총동원령'이 내려지면서 이날 집회 참석 인원도 4000명(경찰 추산)으로 이전 집회에 비해 규모가 크게 늘었다. 태극기 보수단체들이 광장에 다시 모여든 데는 최근 박 전 대통령이 내놓은 '재판 보이콧'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연사로 나선 이규택 전 국회의원은 "중국 문화혁명 때 홍위병이 덩샤오핑을 내쫓으면서 그는 2년의 유배지 연금과 3년간 강제 노역 등을 당했다"며 "정치적으로 죽었던 덩샤오핑이 부활해 중국을 다시 만든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반드시 부활해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다시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단식 12일째에 들어간 대한애국당 상임 공동대표인 조원진 의원도 참석했다. 정미홍 사무총장과 변희재 정책위의장, 박 전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서석구 변호사도 함께했다.

비슷한 시간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단체 모임인 4·16 연대 주최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4·16 연대는 과거 정권에서 발생했던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규탄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30분이면 304명을 다 살릴 수 있는 시간이다. 그들이 말하는 골든타임이 그 30분"이라며 "박근혜정부는 이런 내용을 숨기기 위해 서류를 조작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관련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과 비슷한 이름의 시민단체가 생겨나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이명박 심판 국민행동본부'는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MB정부 시절 자원외교 실패와 방산비리로 국가적 손실을 끼친 것과 관련해 검찰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촛불집회를 관장해온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위원회는 28일 촛불 1주년 집회를 개최한다. 이달뿐 아니라 앞으로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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