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김동환의 일요세상] 아파트 현관을 여니 자장면 냄새가 나를 반겼다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층 현관을 열고 들어선 순간 자장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몇 층일까.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범인’은 3층에 살고 있었다. 전에 짬뽕 국물이 담긴 그릇을 내놓았던 집 아닌가? 왕래가 거의 없어서 누가 사는지 모르지만, 중식을 좋아하는 ‘식성’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것 같다.

인천 서구에 사는 30대 남성 박씨는 퇴근길 아파트 계단을 오르다가 이 같은 상황을 마주하고는 화가 났다고 했다. 신문지로 덮으면 ‘작은 성의’를 보인 터라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자기가 뭔가를 먹었다는 표시를 대놓고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창문을 열지 않고는 냄새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인 아파트 계단에 음식 냄새를 퍼뜨리는 심보가 뭐냐고 박씨는 언성을 높였다. 그 집을 찾아가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지만, 더 큰 싸움이 날까 봐 억지로 참는다고 덧붙였다.

한때 ‘중국집 빈 그릇 내놓는 유형’이라는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적 있다.

음식을 먹은 후 그릇을 어떻게 내놓는지 구분한 내용인데, 자기 집 그릇을 닦듯 깨끗이 설거지한 뒤 ‘잘 먹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사진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 담긴 봉지까지 그릇에 올려놓아 보는 이를 황당하게 한 곳도 있었다.

당시 한 네티즌은 “깨끗이 닦아서 주니 그 음식점이 싫어하더라”며 “거둬들이는 그릇이 깔끔하면 불행해진다는 미신이 이유”라고 댓글에서 밝혀 다른 이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일보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던 ‘중국집 빈 그릇 내놓는 유형’이라는 게시물. 여러분은 어떤 유형인가요?


세월이 흘러도 비슷한 광경은 여전한 가운데 대책을 내놓은 음식점이 점점 늘어났다.

고모(30)씨는 최근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었다가 파란 비닐봉지를 줘서 ‘이게 뭔가’ 싶었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빈 그릇을 담으라는 뜻이었다. 냄새가 새어 나가는 것도 막고, 회수하기도 쉬워서 음식점이 내놓은 대책이다. 지역별 차이가 있어 일부 음식점은 오래전부터 비닐봉지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로 헹구면 그나마 다른 분들에게 피해는 안 줄 걸요.”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A(26)씨는 “정말 다양한 집을 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배달원들을 위해 그릇을 깨끗이 해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을 위해 배려하는 태도라도 보이면 좋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