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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재독단체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차세대교육용 ‘한국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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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와 독일어판으로 제작

아시아경제

1960~7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근대화를 위한 '산업전사'로 이국으로 떠난 사람들. 당시만 해도 낯설고 먼 나라, 독일로 파견된 젊은이들이 있다. 독일에서 탄광산업 근로자로 일한 광부들과 간호사로 일한 젊은이는 2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3년 계약을 하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현장에서 일했다. 계약이 끝나면 귀국할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삶이 더 나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일부는 서독에 남거나 주변국으로 이민을 갔다. 세월이 흘러 재독동표의 수는 5만 명으로 늘었고 이들의 위상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높아져가고 있다.

많은 독일인들은 “우리는 독일에 정착한 한국인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고의 덕담인 동시에 재독동포의 뛰어남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고백이다. 재독동포 1세대는 근면성실함과 노력, 뛰어난 기술 등을 밑천삼아 독일 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갔다.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과 독일의 무상교육 시스템, 높은 교육 수준은 그들의 2세들을 우수한 젊은이로 길러냈다. 동포 2세들 가운데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놀랄 만큼 많고 사회적 지위도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을 맞은 재독동포 1세대들은 큰 우려 속에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차세대 재독동포들은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공동체의식이 희박하며 이 같은 현상은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면서 가속이 붙고 있다. 재독동포 2, 3세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최완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대표(72·사진)는 이와 같은 현상을 누구보다도 근심스럽게 지켜보며 무언가 행동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재독동포 2, 3세들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으며 정체성 갈등은 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2, 3세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10여 년이 지나면 외국인 또는 이민자라는 이유로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여러 가지 차별대우를 겪는 등 어려운 고비가 닥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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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대표


그래서 선택한 것이 차세대 정체성 함양 운동이다. 차세대 젊은이들에게 민족의 뿌리와 정신문화,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없다면 이민생활에서 부딪히게 되는 불이익을 극복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이 차세대 교육용 책자를 발간한 동기가 여기에 있다. 재독 2세, 3세들의 정체성 함양을 위한 노력에 효율성을 더하기 위하여 일종의 교과서를 만든 것이다. 책의 제호는 〈한국, 한국인을 말하다(Korea, Koreaner, koreaniche Kultur)〉이다. 한민족의 뿌리와 역사의 흐름, 정신문화, 전통문화, 종교, 정치, 경제, 생활문화 등 여러 분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은 먼저 국어로 출판했다. 독일어 판은 번역이 진행 중이며 금년 내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어 판이 나오면 재독일 차세대들이 책을 읽는 기간을 고려하며 주요한 주제들을 선정, 지속적으로 특강을 열어 분야별로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이 책은 또한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있는 독일 각 대학과 ‘한-독가정’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독일어 번역을 마치면 효율성을 점검하고 보완하여 영어로도 번역해 출간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세계 182개국에 정착한 우리 동포들에게도 읽히는 것이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의 목표다. 이 책은 또한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체계 있게 알리는 홍보메신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측은 기대하고 있다.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은 한국내 차세대와 재독일 차세대간의 문화교류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초지식을 갖추며, 고국에서 체험학습을 하도록 하여 ‘느낌’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내외 차세대가 서로 교류하며 글로벌 인재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포럼의 목표다. 조국에 대한 좋은 느낌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독일학생들과 한국학생들이 문화체험을 하며 교류하는 계획도 있다. 이들을 통하여 양 국가 간의 미래를 엮어 가겠다는 원대한 포부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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