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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WEEKLY BIZ] 텐센트에 투자, 지분 가치 4400배 뛴 남아공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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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최대 SNS 업체인 텐센트 주가는 올 들어 각각 110%, 85% 상승했다. 시가총액 기준 아시아 1, 2위를 달리고 있다. 두 회사가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93% 점유(올해 1분기 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이달 10일 시총으로 세계 3위 인터넷 기업인 아마존을 일시 제치기도 했다.

조선비즈

김성규 기자



두 회사의 주가가 뛸수록 조용히 웃는 이들이 있다.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인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텐센트의 최대 주주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기업 내스퍼스가 주인공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설립한 지 1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에, 내스퍼스의 쿠스 베커 회장은 벼랑 끝에 몰린 창업 3년 차 기업에 베팅하는 결단을 내렸고, 결과는 '대박'으로 돌아왔다. 소프트뱅크는 17년 만에 알리바바에 투자한 지분의 가치가 1723배 커졌고, 내스퍼스는 16년 만에 텐센트 투자 지분 가치가 4400배 이상 불어났다. 산업은행과 네이버도 설립 초기 각각 알리바바와 텐센트 투자를 검토했지만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바바·텐센트 최대 주주는 일본·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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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들만이 아니다. 중국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뒤에는 대체로 외국인 대주주가 있다. 소셜 커머스 업체 메이퇀뎬핑의 최대 주주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세쿼이아로 알려져 있다. 세쿼이아의 짐 괴츠 회장은 2005년 설립한 세쿼이아중국을 통해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포브스가 7년 연속 세계 최고 중국인 창업 투자자로 꼽은 선난펑(沈南鵬)은 세쿼이아중국 창업자이자 파트너다. 세쿼이아는 메이퇀과 다중뎬핑에 모두 초기 투자하고, 이들의 합병을 이끌어 메이퇀뎬핑의 기업 가치를 키웠다는 평을 듣는다. 2015년 10월 합병 전 두 회사 기업 가치는 총 100억달러였지만, 합병 후 2년도 안 돼 2.5배로 불어났다. 세쿼이아중국은 200개 이상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세쿼이아의 지분을 포함해 이 기업들의 가치는 모두 2조6000억위안(약 446조원)에 달한다. '36커' 등 중국 언론들은 선난펑을 '신흥 기술 산업의 보이지 않는 패주(霸主)'로 부른다.

중국 IT 굴기 뒤에서 웃는 외국 자본은 ①벼랑 끝에 몰린 스타트업에 베팅하고 ②기업가 출신 투자자의 안목으로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③끈기 있는 장기 투자를 하며 ④투자한 중국 기업과 함께 새로운 유망 스타트업을 키우는 특징을 보인다.

1. 벼랑 끝 스타트업에 손 내밀다

텐센트가 내스퍼스 계열사 MIH로부터 투자를 받은 건 닷컴 버블이 붕괴된 직후인 2001년이다. 창업 이듬해인 2000년 미국의 벤처캐피털 IDG와 홍콩의 통신사 PCCW로부터 110만달러씩 투자받았지만 텐센트는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자금이 고갈 상태였다.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 회장은 당시 상황을 2008년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회사를 팔려고 돌아다녔지만 4곳에서 모두 실패했다. 어쩔 수 없이 사업을 계속 해야 했다."

내스퍼스는 텐센트 가치를 6000만달러로 평가하고 투자를 감행했다. PCCW는 투자 1년 만에 10배 이상 수익을 내게 되자 보유 지분 20%를 모두 내놓았고, IDG도 지분을 점차적으로 매도했다. 하지만 내스퍼스는 2002년 일부 창업자 지분 13.5%까지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다.

알리바바 역시 마윈 창업자를 만난 지 6분 만에 2000만달러를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덕분에 2000년 닷컴 버블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세쿼이아는 2010년 창업 1년도 안 된 메이퇀에 1200만달러의 자금을 댔다. 인터넷 검색 엔진 바이두가 2005년 상장할 때까지 지분 25%가 넘는 최대 주주였던 미국 벤처캐피털 DFJ도 바이두가 창업한 지 9개월째인 2000년 9월 투자를 단행했다.

2. 기업가 안목으로 투자처 결정

텐센트 투자로 대박을 터트린 베커 내스퍼스 회장은 남아공 첫 유료 TV 채널인 엠넷(Mnet)과 이동통신회사 MTN, 투자회사 MIH를 공동 창업한 기업가 출신이다.

내스퍼스는 전통적 인쇄 미디어기업을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시기였고, 텐센트는 맞춤 투자처였다. 나딤 모하메드 퍼스트애버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는 "텐센트는 수익을 못 내고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고, 내스퍼스는 자기 변화에 골몰하던 때였다"며 "내스퍼스는 바이두와 알리바바 투자도 검토했지만 결국은 텐센트를 택했다"고 말했다.

세쿼이아중국을 이끄는 선난펑 파트너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업체 시트립과 비즈니스호텔 체인 루자(如家)를 창업해 모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성공한 기업인 출신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소프트웨어 유통으로 덩치를 키운 뒤 투자를 통해 신규 사업에 진출해왔다. 기업가의 '눈'이 투자자의 시각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최소한으로 개입한다.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은 의결권이 적고, 내스퍼스는 텐센트 재무 파트에 일부 임원만 파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3. 길게 가는 뚝심 투자

내스퍼스가 보유한 텐센트 주식은 올 6월 말 기준 31억5120만1900주다. 2014년 1대5로 주식을 분할한 것을 감안하면 2004년 상장 때 보유했던 주식 수의 정확히 5배다. 한 주도 팔지 않은 것이다. 베커 회장은 올 8월 내스퍼스 주총에서 텐센트에 대한 의존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5년 전에도 매도 압력이 있었다"며 "그때 주당 45홍콩달러였는데 이제 325홍콩달러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반박했다.

소프트뱅크도 2014년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알리바바 기업공개(IPO)로 대박을 낼 수 있었는데도 한 차례를 빼곤 지분을 팔지 않았다.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6월 89억달러어치의 알리바바 지분 일부를 판 게 전부다. 현재 29.2%의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선난펑 파트너는 "오랜 기간 기업과 공동 성장하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중국 기업인이 백년 기업을 일구는 걸 어떻게 도울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세쿼이아는 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사업 장애물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인재를 추천하는 식의 창업 지원 서비스는 적극적이다.

4. 성공 투자 기업과 함께 스타트업 투자

알리바바 텐센트처럼 중국에서 성공한 IT 기업들은 그동안 외국 자본이 독식하던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금줄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중국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중국 유니콘 131개사 가운데 알리바바가 설립했거나 투자한 기업이 7개사다. 이들의 기업 가치를 모두 합하면 1363억달러에 달한다. 전체 중국 유니콘 가치의 28%에 해당한다. 텐센트가 투자한 유니콘도 4개사로 총 기업 가치가 128억달러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와 내스퍼스 입장에선 투자한 기업의 수익 원천이 커지는 겹호재다.

외국 자본들이 중국 내 투자 기업들과 함께 유망 기업에 동반 투자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1호 온라인 보험사 종안온라인보험 IPO에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종안보험은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이 2013년 설립했으며, 알리바바는 종안보험 지분 16%를 가진 2대 주주다.

소프트뱅크는 자신이 50억달러를 투자한 중국 모바일 택시 호출 업체 디디추싱과 손잡고 동남아 우버로 유명한 싱가포르 기업 그랩에 투자하기도 했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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