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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무늬뿐인 대학교수 '겸직규정'…법도 학칙도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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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직 맡을 때 '총장허가' 필요하지만 교수들 인지↓

"반성과 자성 필요" 내부 목소리

뉴스1

지난 6월 조대엽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17.6.3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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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장관은커녕 교수 자격도 없다. 대학의 수치다."

지난 6월 조대엽 고려대 교수(당시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조 교수는 한국여론방송 사외이사 겸직 문제를 놓고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야당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아야 했다.

대학교수 출신 후보자의 '겸직' 논란은 인사청문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낙마한 조 교수뿐 아니라, 한양대 교수 출신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이 문제로 얼굴을 붉혔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백 장관이 대학 총장 허가 없이 사기업 사외이사를 3년 동안 겸직한 사실이 알려지며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백 장관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숙여야 했다.

이같은 논란은 대학교수의 영리활동과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에서 비롯됐다.

사립학교법 제55조1항이 준용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64조에는 공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또 다른 직무의 경우도 소속기관장의 허락 없이는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학별로 있는 학칙 및 교원윤리규정 등에서도 이같은 조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대학에서 '타기관의 비상근직을 수행하는 경우 총장의 허가를 구해야 하며, 교육과 연구의 의무가 우선돼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명시돼 있다.

◇허락 없이 '투잡' 뛰는 교수들…고수익 논란까지

하지만 '겸직금지의무'를 명시한 현행법과 학칙 등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수가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의 사외이사 등으로 투잡을 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학 측에 겸직허가를 구하지 않은 채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한양대에 따르면 이 학교 김모 교수는 지난 2015년 9월 KBS 이사로 선임될 당시 학교 당국에 겸직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2년이 지난 뒤에야 뒤늦게 학교에 이 사실을 알렸다.

김 교수는 이번 학기를 비롯해 KBS 이사회에서 활동하면서 학교 전공수업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그가 매달 '조사연구수당'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400만원에 이른다.

공영방송 이사직이 영리목적의 직무는 아니지만, 학교 측에 허가를 구하지 않고 소식조차 알리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현행법과 학칙위반 요소가 있다.

한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워낙 사외이사 활동이 일반화돼 있다 보니 교수들이 학교에 알리지 않은 채 활동하기도 한다"며 규정준수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교수들이) 법 조항을 까다롭게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겸직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학교가 일일이 교수들에게 이야기해줄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몰래 겸직을 하다가 교수직을 잃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총장 허가 없이 3년6개월 동안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을 맡았던 사립대 교수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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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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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연구소 등 겸임에 '둔감'…"자정노력 필요"

앞선 지적처럼 관련법 및 학칙에 대한 교수들의 이해도가 낮다는 점이 겸직논란을 키우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여름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에는 교수들의 겸임 요청서가 빗발쳤다고 한다. 교수 출신의 장관 후보자들이 사외이사 문제로 곤욕을 치른 다음날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청문회를 보고 (사외이사 겸직이) 총장승인 사안인 것을 안 교수들이 많았다"며 "그래서 뒤늦게 신청한 사람들이 몰렸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이공계와 상경계 교수들이 많았던 편"이라며 "영리목적, 즉 연봉을 굉장히 많이 받는 경우 (총장) 승인절차가 까다롭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수업과 겹치지 않는다면 쉽게 승인된다"고 말했다.

잇따른 논란에 교수사회 내부에서도 반성과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임교원 A교수는 "대학을 벗어나서도 '한 자리'하고 싶은 명예욕 때문에 규정을 어긴 측면이 큰 것 같다"며 "기본으로 돌아가 정해진 규칙과 절차부터 지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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